10월 경주 개최 APEC 앞두고
민관, 숙소·교통편 확보 총력
숙박수요 분산용 크루즈선 확보
포항·경주 국제선 운항도 추진
현장서는 "추가인원 계속 늘어"
식당·셰프 지원인력도 모자라
"100평 수준 최고급 호텔룸을 40여개, 3~5성급 호텔룸을 1만개 확보했지만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최고경영자(CEO) 서밋' 기간 숙박·교통 대란 우려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와 경제계가 비행기와 숙소를 확보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참석을 희망하는 각국 정상과 기업인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숙소와 교통편 확보는 물론이고 하루 세끼 참석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식당이나 전문 셰프 등 지원 인력마저도 태부족한 실정이다.
회의 준비에 관여하고 있는 재계 고위관계자는 16일 "당초 정부에서 각국 정부 관계자 3500여명, 민간을 포함해 7000~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 정도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면서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할 경우 전 세계 국가 대통령, 특히 옵서버 국가들까지 모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면 미국 측에서만 정부 관계자 1500명이 참석한다고 하는데 추가 인원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인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11일 국립경주박물관을 둘러보고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APEC 기간 동안 만찬장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현재 정부를 필두로 지방자치단체와 재계는 다방면으로 회의 준비에 동참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주 APEC 정상회의 인프라 조성 현황을 전반적으로 둘러본 데 이어 15~16일 현장을 찾아 숙소 및 문화콘텐츠 준비 현황을 직접 점검했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APEC 회원국의 정상용 객실(PRS)을 비롯한 숙박시설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VIP가 수요가 요구하는 국제급 퀄리티에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인근 대도시인 부산까지 숙박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기업자문위원회(APEC Business Advisory Council·ABAC)의 한국 측 대표기관이자 APEC 민간추진위원회를 주관하는 대한상공회의소는 APEC 정상회의 기간 숙박수요 분산을 위해 850실과 250실 규모 크루즈선 2척을 확보했다. 크루즈 숙소뿐 아니라 보문단지, 울산·기장 등 인근 권역 숙소를 분산 활용할 계획이다.
숙박지 범위가 넓어질수록 교통문제도 중요해진다. 원활한 이동동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행사장과 인접한 포항·경주공항에 국제선 운항을 허용하고 1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크루즈나 타지역 호텔 등 대체 방안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APEC 정상회의 준비에 나선 공항은 김해·대구·포항경주·울산·김포공항 등 총 5곳이다. 한국공항공사는 지난 5월부터 운영본부장 아래 APEC 정상회의 대책본부를 구성하면서 전사적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손종하 한국공항공사 운영본부장은 이날 서울 강서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항경주공항이 부정기 국제선을 운영할 수 있도록 임시 CIQ(세관·출입국관리·검역)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며 "APEC 정상회의 기간 공항 수요에 대비해 주기장(비행기 주차장)도 추가로 확보하는 중"이라며 말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인 김민석 국무총리가 15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현장을 찾아 숙박시설 및 서비스 준비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정상회의에 앞서 오는 10월28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CEO 서밋을 위해 글로벌 기업 CEO 등 주요 인사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이동수단이나 숙소에 대한 준비작업도 진행 중이다. 일부 기업들은 부산 숙박 후 헬기 이동을 희망하는가 하면 비건식 식단이나 고급 숙소 등 세부적인 요구를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상의 관계자는 "VIP들이 요구하는 퀄리티의 숙소를 마련하기 위해 크루즈 같은 대체 선택지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상의는 이날부터 오는 19일까지 경주에서 하계포럼을 개최한다. 당초 하계포럼은 제주에서 열렸지만 이번에는 APEC 정상회의 준비를 위해 경주로 정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정·재계 인사들과 함께 APEC 정상회의를 앞둔 민간 채널의 준비 현황을 공유하고 관련 사안을 점검하는 자리가 마련될 예정이다.
김 총리는 포럼 개막일 특별강연자로 참석한다. 연설과 함께 APEC 추진 상황을 정부 차원에서 살펴보고 현장을 둘러보는 일정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18일에는 대한상의 주관으로 민관합동 점검 일정이 예정돼 있으며 국회·정부·경제계 간 역할 조율과 대응 방향에 대한 당부가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전날인 15일 이재명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 초청 서한을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20개 회원국 정상에게 발송했다고 밝혔다. APEC 개최를 공식적으로 알린 것이다.
정상회의 주요 부대행사인 CEO 서밋에는 제인 프레이저 시티그룹 CEO와 쇼우지 추 틱톡 CEO,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 글로벌 기업과 국제기구 수장이 대거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중국 등 각국 정상이 정상회의 참석을 확정할 경우 참여 기업인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와 팀 쿡 애플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수장이 대거 몰려들 가능성도 점쳐진다. 상의는 CEO급 700여명을 포함해 임원과 수행원 등 1700여명이 경주를 찾을 것으로 예측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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