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I 상승률, 5월 2.4%→6월 2.7%
근원 CPI는 2.9% 올라 예상 하회
관세 영향 가시화에도…소비·실효 관세율 변수
향후 물가·금리 전망 불확실성 커져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세가 예상 밖으로 가팔라졌다. 여름철에 접어들면서 관세 효과가 물가에 서서히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근원 물가는 예상치를 밑돌았다. 백악관이 관세 위협과 발효 유예 조치를 거듭하고, 소비가 위축 조짐을 나타내면서 향후 물가 흐름과 금리 경로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美 CPI, 5월 2.4%→6월 2.7%…관세 영향 가시화
15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6월 CPI는 전년 동기 대비 2.7% 올랐다. 5월(2.4%)에 비해 상승폭이 확대되며 시장 예상치인 2.6%도 웃돌았다. 전월 대비로는 0.3% 올라 5월(0.1%)보다 높았지만, 전망치에는 부합했다. CPI 상승폭 확대는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본격적으로 전가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2.9% 상승했다. 5월(2.8%)보다는 높지만 시장 전망치(3.0%)에는 미치지 못했다. 전월 대비로는 0.2% 올라 5월(0.1%)보다는 상승폭이 커졌지만 역시 전망치(0.3%)보다는 낮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주시하는 근원 CPI는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품목별로는 주거비와 에너지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주거비는 전월 대비 0.2% 올랐다. 에너지는 0.9% 상승했고 이 가운데 휘발유 가격은 1.0% 뛰었다. 식품 가격은 0.3% 올랐는데 식료품 구입비와 외식비 모두 같은 폭으로 상승했다. 관세에 민감한 품목인 의류는 0.4% 올랐다. 반면 신차와 중고차·트럭 가격은 각각 0.3%, 0.7% 하락했는데 이는 4월 자동차 관세(25%) 발효 전 구매 수요가 앞당겨졌고, 그 여파로 지난달 수요가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CPI는 관세 효과가 여름철 물가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첫 지표란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을 비롯한 통화당국자들은 그동안 여름 이후 물가 상승 가능성을 경고해 왔다. 기업들이 관세 시행 이전 재고를 쌓아 둔 덕분에 봄까지는 가격 전가가 억제됐지만, 재고가 소진되는 여름철부터는 관세 부담이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소비 둔화·관세 유예가 변수…물가·금리 전망 놓고 이견
가격 상승이 일부 품목에 국한되고 근원 CPI가 전문가 예상을 밑돌면서 시장에서는 관세가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물가 상승세가 완만할지, 가팔라질지는 7월과 8월 CPI 지표를 통해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소비 여력이 위축될 경우 기업들의 가격 전가 움직임도 제한될 수 있어 향후 소매판매 지표 역시 중요하다.
이번 CPI 발표 후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가격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날 블룸버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을 겪은 공급업체들은 비용 압박을 전가하려 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이미 인플레이션에 지쳐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과 소비자 간 팽팽한 힘겨루기 속에서 향후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가격에 얼마나 전가하느냐에 따라 인플레이션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관세 정책의 유동성도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2일 상호관세 조치를 발표한 이후 기본관세 10% 외에 국가별 관세는 유예해왔다. 관세 유예 조치는 당초 7월 9일 만료 예정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다시 8월 1일까지 연장한 상태다. 월가에서는 관세 유예 조치 반복을 놓고 협상 전략으로 보면서, 실효 관세율이 10%대 중반에서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BMO 캐피털 마켓의 이언 린젠 미국 금리 전략 수석은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이번 보고서가 Fed의 금리 인하 논의를 촉발할 것"이라며 "하지만 아쉽게도 8월1일로 예정된 관세 압박이 Fed로 하여금 금리 인하를 보류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관세발(發) 인플레이션 영향과 금리 경로를 놓고 경제학자들과 Fed 내부의 견해 차가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물가와 금리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시장은 9월 금리 인하 기대를 낮추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9월 금리를 현재 연 4.25~4.5%에서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은 52.5% 반영중이다. 전날(58.9%)보다 하락한 수준이다. 7월 동결 가능성은 97.4%에 이른다. 국채 금리도 상승세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전일 보다 5bp(1bp=0.01%포인트) 오른 3.95%,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6bp 상승한 4.49%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CPI 발표 직후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소비자물가가 낮다"며 "Fed는 지금 당장 금리를 3포인트(3%포인트) 내려야 한다"고 썼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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