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미션 플랫폼 '크레페' 운영사 쿠키플레이스
안티 AI 프로젝트로 일러스트 업계 보호
AI의 무단 복제 막고 고객 신뢰 복원 목표
거침없는 AI의 시장 침투로부터 일러스트 업계를 지키기 위해, 국내 테크 스타트업 '쿠키플레이스'가 한국 최초 안티 AI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쿠키플레이스는 하루 2만건 이상의 일러스트 커미션을 중개하는 플랫폼 크레페의 운영사다.
홍대 사옥에서 만난 장동현 쿠키플레이스 공동대표(CEO)는 AI가 일러스트 산업에 미치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버틀레리안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안티 AI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장 CEO는 "AI로부터 창작자를 지키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곳은 우리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틀레리안 프로젝트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일러스트레이터의 창작물에 미세한 '디지털 필터'를 씌워 AI의 무단 훈련을 차단해 저작권을 지키는 것, ▲AI 그림을 식별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일러스트레이터 그림으로 속여 파는 행위를 막는 것, ▲일러스트레이터와 고객 사이의 불화를 중재할 범용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하는 것 등이다.
장 CEO는 "AI의 무단 이미지 학습을 막는 필터가 학계의 연구를 거쳐 개발된 만큼, 우린 연구보다는 기존에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테스트하고 상용화하는 데 주력한다"며 "안티 AI 필터는 빠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 안에는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반 그림(좌)와 안티 AI 필터를 씌운 그림. 겉으로 보기엔 똑같지만, 안티 AI 필터를 씌우면 데이터 파일의 픽셀이 바뀌면서 AI의 학습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쿠키플레이스
원본보기 아이콘'안티 AI'를 내걸었지만, 쿠키플레이스가 AI를 거부한다는 뜻은 아니다. 장 CEO는 "AI는 포토샵처럼 작업을 보조하는 도구일 뿐"이라며 "AI 주도권을 사람이 쥘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을 베끼라고 지시하거나 AI 그림을 속여 파는 행위는 사람이 하는 거죠. 도구를 활용하는 사람이 주도권을 가지고 AI를 활용해야 해요."
쿠키플레이스가 안티 AI 프로젝트에 '버틀레리안'이라는 이름을 택한 것도 AI를 다루는 사람에게 책임을 묻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장 CEO는 "버틀레리안은 SF 소설 및 영화 '듄'의 설정인 버틀레리안 지하드를 따왔다"며 "먼 미래에 인간이 AI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싸우고, 결국 반대파가 찬성파를 처단하는 내용인데 거기서 영감을 받았다"고 전했다.
장 CEO는 "범용 인공지능(AGI) 개념이 나온다면 창작자도 대체될 것"이라면서 먼 미래에 예술 영역도 AI가 사람을 대체할 수 있다고 봤다 . 다만 AI의 그림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고객의 감수성을 자극하지 못하는 한 여전히 일러스트레이터에게도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이란 건 원작자 미야자키 하야오의 인생 그 자체거든요. 그 맥락을 빼고 AI가 그냥 그림만 흉내 내면, 지브리 팬 입장에선 작품 모독인 겁니다. 그런 틈에서 인간 창작자의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