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역폭 메모리 기술 변화에 맞춰 장비업계 판도 흔들
한미 독점 구조 속 LG·한화 진입… 복합 방식 경쟁 본격화 전망
HBM6부터 열압착→복합 방식으로 전환 예상
고대역폭 메모리(HBM) 6을 계기로 반도체 접합 장비(본더) 시장이 열압착 방식 중심에서 복합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제기되며, 장비 업계의 경쟁 구도 변화가 점쳐지고 있다. 한미반도체가 사실상 독점해온 국내 본더 시장에 LG전자와 한화가 진입하면서 HBM6을 전환점으로 한 경쟁 체제 돌입이 예상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달 초 '나노코리아 2025' 전시회에서 반도체 패키징 장비를 공개하며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착수했음을 밝혔다. 생산기술원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업계는 2028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보고 있다. 앞서 한화세미텍도 지난 3월 관련 사업에 진입한 바 있다.
하이브리드 본더는 반도체 칩과 기판을 연결하는 본딩 공정에서 기존 TC 방식보다 정밀도가 높아, 고단 적층을 요구하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적합한 기술로 꼽힌다. 볼(Bump) 없이 구리 배선과 유전체를 직접 연결해 면적을 줄이고 전송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AI 수요 확대에 따른 HBM 수요 증가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이에 대해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은 "HBM4, HBM5 생산에서 하이브리드 본더 도입은 우도할계(牛刀割鷄)"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하이브리드 본더는 대당 100억원 이상으로, TC 본더보다 두 배 이상 고가인데다, 지난 4월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패키징 두께 기준을 775μm로 완화하면서 기존 TC 장비만으로도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2027년 말 출시를 목표로 HBM6용 하이브리드 본더를 개발해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혀, 해당 세대부터는 본더 경쟁체제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신호를 내비쳤다.
시장조사업체 베리파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하이브리드 본더 시장은 2023년 7조2500억원 규모에서 2033년 19조34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는 한미반도체가 HBM 본더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한미는 2024년부터 엔비디아향 HBM3E 생산용 TC 본더 시장에서 90% 점유율을 기록 중이며, HBM4와 HBM5 시장에서도 2027년까지 95% 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LG전자와 한화가 본격 개발에 착수하면서, 중소기업 중심의 단일 공급체계에는 균열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진입으로 고객사 선택권이 확대되고, 기술과 가격 모두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고객사의 협상력도 중장기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이브리드 본더의 대당 가격은 수백억원대로 추산되며, 당장 생산 단가 상승 우려 등도 존재한다. 특히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공급 중인 HBM4 12단 제품은 여전히 TC 본더로 양산 가능하다는 점에서, 단기적 전환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러나 HBM4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진 삼성전자가 수율 확보와 제품 차별화를 위해 조기 도입을 검토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또 장비사 간 경쟁이 심화되면 가격 진입 장벽이 낮아져, 기술 전환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반도체는 향후 대응 전략도 분명히 하고 있다. 곽 회장은 "플럭스리스 본더도 로드맵에 따라 연내 출시 예정이며, NCF와 MR-MUF 등 모든 HBM 생산용 열압착 기술을 자체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설계부터 부품 가공, 소프트웨어, 조립, 검사까지 모든 공정을 통합하는 수직계열 시스템으로 타 장비업체보다 기술 혁신과 원가 경쟁력에서 앞서 있다"고 강조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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