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 된 항공기와 충돌한 조류가 가창오리로 밝혀진 가운데 일본에서도 가창오리가 급증하자 전국 공항에 조류충돌 주의보가 내려졌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14일 "제주항공 여객기와 충돌한 것과 같은 종류의 새가 일본 국내에서도 급증하고 있어, 일본 국토교통성이 항공기 안전에 있어 가장 위험한 새 중 하나로 지정하고, 전국 공항 등에 주의를 당부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가창오리는 일본에서는 '토모에가모'로 불린다.
NHK에 따르면 일본 환경성이 매년 1월 전국에서 2주간 실시하는 조류 조사에서, 2020년도에는 2만 마리 남짓이었던 토모에가모는 2024년도에는 14만 마리 이상으로 5년 사이 6배 이상 급증했다. 조류 충돌 대책을 논의하는 국가 검토위원회는 지난 3월 토모에가모를 '문제 조류종'으로 지정한 사실이 국토교통성 취재를 통해 밝혀졌다고 NHK는 전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성은 항공기 안전상 가장 위험한 새 중 하나로 보고, 전국의 107개 공항 및 헬리포트에 주의를 요청하는 통지를 발송했다.
토모에가모는 매우 큰 밀집 군집을 이루기 때문에, 항공기에 한꺼번에 여러 마리가 충돌할 위험이 있으며, 무게 또한 다른 오리류에 비해 무거워 기체 손상 확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마네현 이즈모공항, 치바현 나리타공항, 사가현 사가공항 등의 인근에서는 최근 대규모 무리가 찾아오고 있어, 이들 공항에서는 특히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성이 특히 주목하는 공항은 이즈모공항으로, 수만 마리의 무리가 활주로 주변에서 비행하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2024년 1월, 하네다공항을 출발해 이즈모공항에 착륙하려던 항공기가 토모에가모 3마리와 충돌, 기체의 우익 등에 손상이 발생해 귀환편이 결항됐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일본 조류충돌 사고는 집계를 시작한 2011년 1599건이었다가 2014년 1967건으로 정점을 이루었으며 이후 감소 추세로 2024년 1647건을 기록했다. 일본에서는 조류충돌이 추락사고로 이어진 사례는 없다.
히구치 히로요시 도쿄대 명예교수는 토모에가모의 자국내 유입 급증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의 도시 개발로 서식지가 줄어 일부 개체가 일본으로 유입되고 있다"면서 "지구온난화로 시베리아의 해빙 시기가 앞당겨지고, 번식 시기가 길어지며, 겨울철 사망률이 감소한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토모에가모는 단연 가장 위험한 조류다. 한 마리와 충돌하면 연쇄적으로 부딪힐 가능성이 커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기후나 먹이 변화에 따라 서식지가 크게 달라지므로, 면밀한 생태 조사와 감시, '새는 별일 아니다'라는 인식부터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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