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상법개정안·자사주 소각 등 동시에
재계 요청사항 일부 수용한 상법·형법 개정안
코스피 5000 달성을 목표로 일반 투자주주의 주주권 보호 강화, 지배주주 및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을 쏟아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상법상 특별배임죄를 전면 폐지하는 법안과 형법상 배임죄에 '경영판단의 원칙'을 명확히 규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경영상 판단에 대한 모호성, 소액주주, 해외·행동주의 펀드의 과도한 경영권 견제로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재계의 의견을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15일 김태년 민주당 의원실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 의원은 전날 오후 늦게 특별배임죄 조항을 전면 삭제하는 내용의 상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상법상 특별배임죄는 이사 등 회사 경영진이 임무에 위배한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가 이를 취하도록 해 회사에 손해를 끼칠 때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형법에서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동으로 재산상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득을 취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배임죄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복입법, 이중처벌 논란이 지속된 데 이어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명문화되면서 기업활동이 과도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재계에서 제기됐다.
김 의원은 이번 상법·형법 개정안 발의 취지와 관련해 "특별배임죄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중복된 법 조항을 정비하고, 기업 경영의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경영자의 자율성과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보장하여 투자와 혁신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형법 개정을 통해) 회사의 경영진 등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본인과 이해관계의 상충 없이 본인의 이익을 위해 최대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 경우에는 배임죄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도록 명문의 규정을 두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최근 상법 개정안 처리에 이어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자사주 소각 등 2차 상법 개정안 보안 입법을 이달 내지 다음 달 초에 처리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김 의원이 사실상 경영계의 요구를 반영한 법안을 발의한 셈이다.
김 의원의 상법·형법 개정안 발의를 계기로 일각에서 제기하는 '민주당은 반기업·반시장'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주식시장 투자 활성화를 강조하려는 의도도 내포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의원은 그간 100조원 규모의 정책지원 등을 포함한 반도체특별법 제정을 주장했고, 이재명 대통령의 반도체 관련 공약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기업과 산업에 합리적인 시각을 갖춘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 최대 규모의 정책연구모임인 '경제는 민주당'의 좌장이라서 민주당 내 경제 정책에 미치는 영향력도 강하다. 문금주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기자들을 만나 김 의원의 상법·형법 개정안 발의에 대해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도 배임죄에 대한 '경제계의 우려를 반영해야 한다고 하지 않냐'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개정안은 7월3일 통과된 상법 개정안의 취지를 보완하는 입법으로, 과도한 형사리스크는 걷어내고 건강한 경영 판단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부동산이 아닌 주식에 투자하는 대한민국, 코스피 5000시대를 뒷받침할 신뢰 기반을 제도적으로 갖추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정치는 단순히 규제를 위한 규제가 아니라 제대로 작동하는 자본시장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자본시장 회복을 위한 입법적 책임을 끝까지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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