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부터 어린이용 제작
책자는 올해 첫 배포 시작해
일본 방위성이 초등학교에 어린이용 방위백서를 배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매년 어린이용 방위백서를 제작했지만, 초등학교에 직접 배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 방위백서와 마찬가지로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하고 자위대의 반격 능력을 강조했다. 이 가운데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부작용을 우려를 해 아이들이 보지 않도록 보관하라고 학교에 안내했다.
15일 연합뉴스는 나가사키현 지역 민방인 NBC 나가사키방송을 인용해 방위성이 올해 어린이용 방위백서 약 6100권을 전국 초등학교에 배포했다고 보도했다. 어린이용 방위백서는 방위성이 지난 2021년부터 인터넷에 온라인판으로 공개해왔지만, 책 형태로 만들어 초등학교에 보낸 것은 처음이다.
어린이용 방위백서에 실린 지도에는 독도가 '다케시마'로 표시돼 일본 영토로 그려졌으며 동해는 '일본해'(일본이 주장하는 동해의 명칭)로 표기됐다. 어린이용 방위백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한다. 자위대가 억지력을 키워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려 한 것으로, "이런 일이 일어난 이유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의 방위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서술했다. 아울러 북한, 중국, 러시아 등을 거론하며 일본의 군사력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미사일 타격 능력만으로는 일본을 지킬 수 없다"며 반격 능력 보유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일본 정부가 방위백서에서 명시해온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설명 문구는 포함돼있지 않았다.
군사력 위주 관점에서 주변국을 기술하는 방위백서를 초등학교에 배포한 것을 두고 현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가사키시 교육 당국은 "학교에는 여러 국적의 학생이 재학 중인데 이 책에 거론된 특정 국가 관련 내용으로 상처받는 아이가 있을 수 있다"며 해당 책자를 학생 열람용으로 배포하지 않고 교무실 등에 보관하도록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폭 피폭자인 야마카와 다케시 씨는 NBC 나가사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배포 대상이 초등학생이라는 점에 위기감을 갖는다"며 "어릴 때 배운 것은 그대로 받아들여져 당연시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아이들한테 군사력 강화 필요성을 일방적으로 교육하는 건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나카무라 게이코 나가사키대 핵무기폐기연구센터 준교수는 NBC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방어력 부족 때문이라 기술한 것은 침략국의 논리를 정당화할 수 있다"며 "아이들이 '일본의 안보는 군사력만으로 지킬 수 있다'는 편견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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