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세계 경제를 강타한 가장 큰 이슈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부과다. 현재까지 영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만 관세 협상을 마무리했다. 유럽연합(EU)은 협상의 문을 열어두면서도 보복 관세와 수출 통제 등 이중 대응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은 정상회담까지 했지만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한 상황이다.
트럼프의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신이 구축해 왔던 ‘지속적인 자유무역의 확대’ 기조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 ‘자유무역은 거래하는 상대방 모두를 이롭게 한다’는 경제학 원리를 무시하고,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인플레이션) 경고에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지금 관세를 무기화하고, 자유무역을 훼손하고 있는 것은 미국뿐이다. 나머지 국가들은 기존의 규칙에 기반을 둔 ‘자유무역’ 질서를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미국만 빼고 나머지 국가들끼리 자유무역 확대와 세계화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면 된다. 미국이 세계 무역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에 타격은 불가피하다. 그런데 미국이 그렇게 하겠다는데 어쩌겠나.
EU가 이런 흐름에 앞장서고 있다. EU는 미국의 관세 위협에 맞닥뜨린 미국의 동맹국, 무역 상대국 등과 단기적 공동 대응을 논의하고 장기적 무역구조 변화를 모색 중이다. EU는 올해 4월 미국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후 새로운 무역협정을 맺고 기존 협정들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 13일 자유무역협정(FTA) 진전을 위한 정치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EU는 아랍에미리트(UAE)와는 FTA 체결을 위한 공식 협상을 시작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지난달 26일에는 세계무역기구(WTO)를 대체할 새로운 자유무역체계를 구축하자고 제안하면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EU 사이의 '구조적 협력'(structured cooperation)을 양측 모두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CPTPP는 호주, 브루나이, 캐나다, 칠레, 일본, 말레이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 등이 결성해 2018년 출범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으로, 작년 12월에는 영국도 가입했다. EU는 아울러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남미와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과도 무역 관계를 더 밀접하게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도 미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캐나다는 동남아시아에 접근하고 있으며 브라질과 멕시코도 상호 무역 관계를 심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관세 유예 조치가 끝나는 8월1일까지는 협상에 최선을 다해야 하겠지만,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14일 언급한 대로 8월1일 이후 어떤 결과가 나올지 누구도 예단할 수 없으며 최상의 시나리오를 위한 전력투구와 함께 최악의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수출을 보면 미국의 관세전쟁 여파로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은 각각 3.7%, 4.6% 감소했지만 EU(3.8%), 아세안(3.8%), 중동(3.3%) 등으로의 수출이 증가해 전체 수출은 보합세(-0.03%)를 보였다. 인도로의 수출은 1.6% 늘며 상반기 중 역대 최대실적을 경신했다. 미국 이외 국가들과의 무역을 더 늘리면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줬다.
또 미국에 수출하는 세계 각국의 기업들은 부과된 관세만큼 제품가격을 올렸으면 좋겠다. 일부는 미국 내 현지 생산을 늘릴 수도 있겠지만 그건 트럼프의 의도대로 되는 것이다. 트럼프가 무시하는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의 무서움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관세를 그대로 수출품 가격에 전가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은 생계비용을 증대시켜 미국민들의 원성을 불러올 것이다. 또 인플레이션은 트럼프가 원하는 ‘기준금리 인하’를 지연시킬 것이며, 미국 국채 이자로 지불되는 비용도 그만큼 많은 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타코(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럼프는 항상 물러선다)의 트럼프는 또 꽁무니를 빼지 않을까.
정재형 세종중부취재본부장·경제정책 스페셜리스트 j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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