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냈지만 형사 조사는 이어질 예정
사회 봉사 제도 통해 재판 피할 듯
이탈리아의 케네디가로 불리는 아녤리 가문의 존 엘칸 스텔란티스·페라리 회장이 탈세 혐의와 관련해 국세청에 1억7500만유로(약 2828억원)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15일 연합뉴스는 엘칸 가족의 대변인이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에 보낸 성명을 인용해 국세청이 추징한 세금을 전액 지불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엘칸 가족의 대변인은 "이번 합의는 개인적, 가족적 차원에서 고통스러운 문제를 신속하고 최종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졌다"며 "당초 제기된 주장의 유효성을 부분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인정하지 않고 체결됐다"고 강조했다.
아녤리 가문의 상속 분쟁은 이탈리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도 큰 화제가 됐다. 1899년 이탈리아 자동차 기업 피아트그룹을 창업한 아녤리 가문은 '이탈리아의 케네디가'로도 불릴 정도로 명문가다. 이 가문은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과 푸조시트로엥그룹이 합병하면서 출범한 스텔란티스와 페라리, 나아가 프로축구팀 유벤투스 등도 소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피아트그룹을 창업한 고(故) 잔니 아녤리의 외손자인 엘칸은 스텔란티스 회장이자 유벤투스 등을 소유한 지주회사 엑소르의 회장을 겸하고 있다.
앞서 엘칸 회장은 외할머니 마렐라 아녤리의 탈세를 방조했다는 혐의로 지난해부터 토리노 검찰의 수사를 받아왔다. 검찰은 마렐라가 실제로는 이탈리아에 거주하면서도 서류상으로 스위스에 거주한다고 허위 신고를 했고, 이에 따라 2019년 마렐라의 사망 시 엘칸 회장이 막대한 유산을 상속세 부담 없이 물려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탈리아 국세청은 이 과정에서 체납된 세금과 그에 따른 과태료, 이자를 포함해 총 1억7500만유로를 추징했다.
이번 검찰 수사는 엘칸의 어머니인 마르게리타 아녤리가 자신의 세 자녀(존, 라포, 지네브라)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마르게리타는 첫 번째 남편과 사이에서 엘칸을 포함해 세 자녀를 뒀고, 두 번째 남편과 다섯 명의 자녀를 더 낳았다. 가문의 후계자로 지명된 엘칸이 자신의 형제자매에게만 핵심 기업 지분을 나눠주고, 배다른 형제자매들을 소외시키자 마르게리타가 직접 자녀들을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심 끝에 엘칸 회장은 남동생 라포, 여동생 지네브라와 함께 국세청이 책정한 세금 전액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엘칸 회장은 국세청과 합의로 세금 문제는 해결했지만, 토리노 검찰의 형사 조사는 별개로 계속되고 있다. 검찰은 엘칸 회장의 탈세, 국가 사기 혐의에 대해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다만 일파토쿼티디아노는 엘칸 회장이 이탈리아 형법의 '메사 알라 프로바'(Messa alla Prova) 제도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제도는 특정 유형의 범죄에 대해 피고인이 재판받는 대신 사회봉사 활동 등 법원이 부과하는 조건을 이행하면 형사 절차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 매체는 엘칸 회장이 이 제도를 통해 유죄 판결을 피하고 현재의 경영권을 유지하려 할 것으로 전망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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