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푸틴에 실망"…입장 선회
종전 협상 난항에 신규 대러 제재 카드
우크라에 패트리엇 등 무기 지원 방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대규모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러시아가 50일 이내에 휴전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100%에 달하는 '2차 관세'를 포함한 추가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취임 24시간 내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평화 협상이 반년 가까이 진전을 보지 못하자 새로운 대(對)러시아 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취재진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실망했다"며 "두 달 전만 해도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50일 안에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우리는 매우 혹독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러시아와 거래하는 국가에는 "100% 정도의 관세를 부과할 것인데 이는 2차 관세로 불린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휴전에 응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와 거래하는 국가나 기업에 100%에 이르는 2차 관세를 적용함으로써 러시아를 글로벌 무역에서 고립시키겠다는 의미다. 러시아산 원유 등 에너지를 수입하는 국가들이 2차 관세 대상이 될 전망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2차 관세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을 포함한 최첨단 무기를 지원할 뜻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우리는 (무기를) 구매하진 않겠지만 제조는 하겠다"며 "패트리엇 미사일 시스템을 비롯해 최첨단 장비가 며칠 내로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기 공급 비용은 미국이 아닌 나토 회원국들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와 오늘 계약을 체결했다"며 "오늘 체결된 협정에 따라 나토가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직접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 위협을 느끼는 유럽 내 나토 회원국들이 무기를 구매해 지원하는 방식이란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주장과도 일치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의 연간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에서 5%까지 확대한다는 약속을 이끌어냈는데, 이번 조치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이는 그동안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소극적이었던 기존 방침에서 크게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친분을 바탕으로 취임 전부터 24시간 내 전쟁을 종식하겠다고 자신해왔다. 취임 후에는 전쟁 가해자인 러시아를 옹호하고, 피해자인 우크라이나를 몰아세우는 행태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비협조적 태도로 종전 협상이 결실을 보지 못하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열린 백악관 신앙사무실 오찬 행사에서도 "여러 번 협상이 타결됐다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가서도 영부인에게 '푸틴과 훌륭한 대화를 나눴고, 이제 끝났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와우, 이상하다. 러시아가 방금 (병원의) 간호사를 폭격했다는데…'라고 말하곤 했다"며 푸틴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거듭 드러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며 "수년간 러시아 지도자에 대해 호의적인 평가를 해 온 그가 휴전에 대한 진전이 없어 좌절감이 커지자 갑작스럽게 입장을 바꿨다"고 평가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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