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미국과 무역 합의에 실패할 경우 이미 마련된 보복 관세에 더해 2차 보복 관세까지 부과할 수 있다고 이탈리아 외무장관이 14일(현지시간) 밝혔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이날 보도된 현지 일간지 일메사제로와 인터뷰에서 "EU가 이미 준비한 210억 유로(약 33조9000억원) 규모의 관세 패키지에 이어 미국과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경우 두 번째 보복 관세 패키지가 뒤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EU에 8월 1일부터 3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자 EU는 오는 14일부터 자동 발효될 예정이던 대미 보복 관세를 8월 초로 연기하기로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금은 협상해야 할 때"라며 협상 가능성이 남아있음을 시사했다.
EU는 210억 유로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10% 또는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 보복 조치를 마련해뒀다. 이와 별개로 미국 기본관세 10%, 자동차 25%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2차 보복 조치도 준비 중이다. 타야니 장관의 발언은 EU가 미국과 무역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단계적인 대응 전략을 짜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다만 타야니 장관은 EU와 미국의 협상에서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관세는 미국을 포함한 모두에게 해롭다"며 "주식 시장이 하락하면 미국인들의 연금과 저축이 위험에 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협상의 목표는 캐나다, 미국, 멕시코, 유럽 간 '무관세'와 개방된 시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 주요국 정상들도 미국과 무역 갈등 해결에 직접 나서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전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협력해 미국과 무역 전쟁을 해결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U 측 협상 대표인 마로스 셰프초비치 EU 무역 담당 부위원장은 이날 미국과 EU 양측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향해 접근하고 있다고 밝히며, 30% 관세는 무역을 사실상 중단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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