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톤 "이사 위법행위" 가처분 심문 돌입
EB 발행 중단에도 법적 정리 남아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EB) 발행을 두고, 태광산업 이사회의 결정이 적법했는지를 다투는 법원 가처분 사건 절차가 본격화된다. EB 발행은 잠정 중단됐지만, 향후 법원의 판단은 태광그룹의 신사업 추진 방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김상훈)는 오는 18일 오전 10시30분 태광산업의 2대주주인 행동주의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낸 이사위법행위유지 가처분 신청의 심문기일을 진행한다. 법원 결정은 이르면 이달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앞서 태광산업은 지난달 27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자사주 전량(총발행주식의 약 24%)을 기반으로 3200억원 규모 EB를 발행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발행을 추진한 배경은 석유화학 등 기존 주력 사업의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이달 초 태광그룹은 화장품, 에너지, 부동산개발 분야 기업 인수·신설을 포함해 총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애경산업 인수를 통해 화장품 산업 등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었다. 매물로 나온 애경산업 지분 63.38%의 몸값은 60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러스톤은 "이사 충실의무에 반하는 위법행위"라며 안건에 찬성한 이사들을 상대로 가처분을 냈다. 트러스톤 측은 "발행 대상자와 목적이 불명확한 공시"라며 대규모 자사주 활용이 주주가치 희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교환권이 행사되면 의결권과 배당 권리가 없는 자사주가 외부 투자자에게 이전돼 기존 주주는 지분 희석에 따른 손해를 입게 된다는 취지다.
지난 1일 태광산업 소액주주연대도 교환사채 발행 및 자사주 처분에 찬성 의결한 이사들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형사 고발하며 행동주의에 가세했다. 소액주주연대는 "명백히 회사의 재산상 이익을 해치는 결정이며, 자사주의 실제 가치와 향후 주가 상승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이를 무시한 채 회사에 손해를 입힌 고의적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금융감독원이 '자기주식 처분 결정'과 '교환사채권 발행 결정' 공시에 대한 보완지시를 내렸다. 자사주 처분의 상대방 등 핵심 내용이 누락됐다는 이유였다. 결국 태광산업은 "소액주주 등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며 후속 절차 보류를 공식화했다.
이번 가처분 사건의 쟁점은 자사주를 활용한 자금조달이 기존 주주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는지다. 만약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해 트러스톤의 손을 들어주면, 향후 태광산업은 유사한 형태의 EB 발행이 사실상 어려워진다. 반면 법원이 이사회의 자율성을 폭넓게 인정해 가처분을 기각하면, 태광그룹의 신사업 재원 조달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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