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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배경훈 후보자 청문회서 떠오른 20년전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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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장관 임명 서둘러야

[기자수첩]배경훈 후보자 청문회서 떠오른 20년전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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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상황에서도 병역 업무와 회사 일에 최선을 다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지난 13일,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장을 보내왔다.

기자가 배 후보자에게 질문한 이유는 20년 전 취재 경험 때문이다. 기자는 2004년 자본시장을 담당하며 쓰리알이라는 기업을 중심으로 벌어진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국가전략기술 유출 시도와 주주들의 피해를 2년여에 걸쳐 보도했다. 벤처 신화로 명성을 얻던 서울대 최연소 박사 출신 경영자의 몰락은 많은 이들에게 지울 수 없는 아픔과 큰 손실을 남겼다. 소액주주들은 손해를 보았고, 국가 전략기술 관리 측면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배 후보자가 이 회사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근무하며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배 후보자가 쓰리알에서 받은 급여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특혜라는 주장이다. 기자의 생각은 다르다. 당시 벤처기업에서는 창업자가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병역특례 제도를 악용했다가 현역으로 입영하는 일도 벌어졌다. 오히려 배 후보자는 전문연구요원 병역을 마치기 위해 세 곳의 기업을 옮겨 다녔다고 한다. 전문연구요원 경험자들은 기업 앞에서 절대 을이었다고 회상한다. 특혜가 있었다면 배 후보자도 한 기업에서 병역특례를 마치지 않았을까.


2000년대 초반은 인터넷 전화,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 인터넷 포털과 같은 정보통신 기술이 화두였다. 새롬기술, 네이버, 아이디스,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국내 IT 분야에 큰 족적을 남겼다. 초고속 인터넷과 무선 이동통신을 통해 한국의 경쟁력이 급격히 상승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환호 속에는 어둠도 있었다. 당시 어린 나이에 창업해 큰 성공을 거둔 연구자들은 유혹에 빠진 경우도 왕왕 있었다. 쓰리알 주주 앞에서 눈물로 호소하던 경영자는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배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언급했듯이 30여명의 직원도 피해자였을 것이다.


쇠도 담금질을 해야 강해진다. 어려움을 겪어본 이가 우리 인공지능(AI) 산업에 필요한 이유다. 한국 AI는 분명히 뒤처져 있다. 국가 경쟁력 악화도 우려된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배 후보자의 끈기와 연구에 대한 열정은, 그가 순수 국내파로 LG AI 연구원장을 맡아 한국의 대표 AI 파운데이션 모델 '엑사원'을 개발한 근간이 됐을 것이다. 그의 노력이 없었다면 기자가 PC에 내려받아 사용하는 엑사원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인사청문회에서도 한국 AI 발전을 주도해 보겠다는 배 후보자의 결연한 의지를 볼 수 있었다.


좌절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 미래를 개척하는 것은 AI 분야에 꼭 필요한 덕목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AI의 발전 속도는 하루 단위로 달라지고 있다. 배 후보자를 발탁한 이재명 대통령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임명을 지체할 수 없는 이유다. 서둘러 멈춰 선 한국 AI의 고속도로를 확장해 가야 한다. 시간이 없다.





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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