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공개매수 최종 지분율 94.55%
여당, 더 센 상법 개정 추진 움직임
10년간 배당 한번한 신성통상에게는 부담
신성통상, 0.45% 지분 추가 매집 가능성
장내 매수 나설 경우 주가 추가 상승 전망
포괄적 주식교환 추진 가능성은 낮아
의류 브랜드 '탑텐(TOPTEN10)'을 운영하는 신성통상 이 올해 주식공개매수를 통해 자진 상장폐지하려던 계획이 좌초됐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소액주주들의 배당 확대 등 주주가치 제고 압박이 거세진 데 이어 이달 초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상장폐지를 서둘렀지만, 이번 공개매수에서 0.45%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신성통상은 그동안 주식시장에서 '배당 터너링(Tunneling, 총수 일가에 대한 계열사 배당 쏠림)'으로 비판을 받은 만큼 자진상폐를 위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추가 공개매수나 장내 매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상장폐지에 성공하면 염태순 신성통상 대표이사 회장의 외동아들인 염상원 전무가 비상장사 배당을 확대해 안정적인 승계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성통상의 최대주주인 가나안과 2대주주인 에이션패션은 지난달 9일부터 이달 9일까지 31일간 진행한 공개매수에서 1534만8498주를 확보했다.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은 염태순 회장의 가족회사다.
소액주주 공개매수 반발…0.45% 지분 부족
신성통상은 이번 공개매수에서 주당 4100원에 목표 수량 2317만8102주를 모두 사들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목표 수량의 66.22%만 확보하게 되면서 신성통상 최대주주 등 특수관계인이 확보한 최종 지분율은 94.55%에 그쳤다. 기업이 자진 상폐를 위해서는 총 발행 주식의 95%를 확보해야 한다. 0.45%의 지분율 부족으로 당장 상장폐지는 어려워졌다.
이번 공개매수 실패는 소액주주들의 반발 탓이다. 일부 소액주주들이 공개매수가격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며 참여하지 않으면서다. 앞서 신성통상은 지난해 7월에도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 공개매수를 진행했는데, 개인투자자들이 낮은 공개매수가격(2300원)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1차 공개매수에서 지분 확보는 83.87%에 그쳤다.
신성통상은 1차 공개매수가보다 78%가량 오른 4100원을 이번 공개매수가격으로 제시했지만, 최대주주인 가나안이 과거 염 회장의 자녀들인 염혜영·혜근·혜민씨로부터 장외시장에서 사들인 매수가격(4920원)보다 낮게 책정되면서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신성통상은 왜 자진상폐를 선택했나?
신성통상은 그동안 '짠물배당'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 10년간 한 차례 배당에 그쳤는데, 2022년(2022년 7월~2023년 6월) 기준 결산 배당은 1주당 50원에 그쳤다. 총 배당금 규모는 72억원이었다. 스파(SPA)브랜드 '탑텐'이 경기 불황 속에서 역대급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해 1조원에 가까운(9700억원) 매출고를 기록했지만, 무배당 정책을 이어갔다.
반면, 신성통상의 최대주주인 가나안은 지속적으로 배당에 나섰다. 가나안은 가방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으로, 2020년 회계년도(2019년 9월1일~ 2020년 8월31일) 30억원을 배당했고, 이듬해 20억원, 2022년 39억원, 2023년 300억원으로 배당이 확대됐다. 가나안은 염상원 전문가 지분 82.43%를 보유한 최대주주고, 염태순 회장(10%)과 또 다른 가족회사인 에이션패션(7.57%)이 나머지 지분을 갖고있다. 가나안의 막대한 배당금은 대부분 염 전무와 염 회장에게 돌아갔다는 의미다.
신성통상의 2대 주주이자 염태순 회장이 53%, 가나안이 46.5%의 지분을 들고 있는 에이션패션도 배당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6월 결산 법인 에이션패션은 2023년 7월~2024년 6월 배당금으로 198억원을 썼고 전년도에는 100억원가량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에이션패션은 브랜드 '폴햄'과 '폴햄 키즈', '프로젝트 M'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수년간 정부의 강화된 밸류업 기조와 맞물려 신성통상이 배당을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하지만 신성통상은 지난해 1차 공개매수를 통한 자진 상폐로 대응한 데 이어 올해 또 다시 공개매수를 통한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선 것이다.
신성통상 추가 공개매수 vs 장내매수
여기에 이달 들어 주주권한을 대폭 강화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앞으로 상장사의 부담은 더 커졌다는 점은 신성통상이 나머지 지분 매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개정된 상법은 상장사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와 전자 주총 의무화,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3%룰'을 담겼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분리 선출 감사위원 확대 등이 담긴 더욱 강력한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성통상은 0.45%의 추가 지분만 확보하면 자진상폐가 가능한 만큼 직접 장내 매수에 나서거나 3차 공개매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포괄적 주식 교환' 방법의 경우 금융당국에서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어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포괄적 주식교환은 신성통상의 최대 주주인 가나안이 신성통상을 완전 자회사로 만들기 위해 해당 주식을 주식이나 현금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14일 종가 기준 신성통상의 주가는 4140원으로 2차 공개매수가격(4100원)보다 높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3차 공개매수를 진행할지, 장내에서 추가 지분을 확보해 나갈지 정해진 것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신성통상이 자진상폐되면 완전한 가족회사가 된다. 올해로 72세인 염 회장은 일찍부터 아들을 염상원 전무를 후계자로 정하고 승계 구도를 짰다. 염 전무는 가나안에서 이사 직급으로 기획 팀장을 맡고있고, 신성통상에서는 최근 핵심 브랜드인 탑텐 및 인사 본부장이다. 최근 전무로 승진했다. 염 전무는 가나안을 통해 신성통상을 지배하고 있다. 염 회장은 2011년 염 이사가 19세였을 당시 이같은 지분 구조를 구축한 것으로 확인됐다.
염 회장의 세 딸인 염혜영(5.3%), 염혜근(5.3%), 염혜민(5.3%)씨는 신성통상의 지분을 똑같이 갖고있다. 염 회장이 세 딸에게 마지막으로 지분을 증여한 것은 지난해 2월13일로 각각 지분율 기준 2%(28만여주)씩 줬다.
다만, 신성통상의 2대 주주인 에이션패션의 경우 자녀에 대한 염태순 회장의 지분 승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승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배당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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