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발란·위메프 등 매각 추진
업황 부진에 후보군 물색 지지부진
티몬, 오아시스에 인수합병 강제인가
회생채권 변제율 1% 미만…피해자 반발
기업 매각을 타진 중인 온·오프라인 유통기업의 새 주인 찾기가 난항을 겪고있다. 내수 침체와 업황 부진이 맞물리면서 매물은 쌓이는데, 인수하려는 후보군이 선뜻 나타나지 않는다. 경영 위기와 투자 문제 등으로 발생한 피해자들의 반발도 적지 않아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통가에서 현재 대형마트 2위 사업자 홈플러스를 비롯해 명품 플랫폼 발란, e커머스 플랫폼 위메프, 생활용품 전문기업 애경산업 등이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정육각과 유기농 식품판매 업체 초록마을도 최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초록마을의 경영권 매각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세 낀 아파트처럼"…이례적 비유, 절실한 홈플러스
홈플러스는 최근 아파트 갭투자에 빗대 인수자가 평가액보다 적은 현금을 투입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며 적극적인 세일즈에 나섰다.
홈플러스는 "평가 기준 7조원짜리 아파트에 2조9000억원의 전세(부채)가 들어가 있고 전 주인(홈플러스 대주주 MBK파트너스)은 자신의 지분을 포기하기로 했다"면서 "새 매수자는 아파트 부동산을 담보로 2조원을 빌려 전세 일부를 갚고, 남은 일부를 현금으로 메운다면 실제 현금 1조원 미만으로 아파트를 소유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회사가 보유한 4조8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자산을 활용해 일반적인 담보인정비율(LTV)을 적용하면 약 2조원 내외의 자금 차입이 가능하다"며 "인수자가 부동산 담보 차입으로 2조원을 조달하고 나머지 부족분을 현금으로 보완하면 실제 투입 자금은 1조원 이하로 축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회사의 전체 부채 중 바로 갚아야 하는 채권이 약 2조5000억~2조7000억원 수준으로, 새 인수자가 담보 차입으로 2조원을 조달하면, 실제 투입해야 할 자금은 1조원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이처럼 전세 낀 아파트에 비유하며 이례적인 구애에 나선 것은 홈플러스 매각가가 청산가치인 3조7000억원을 웃돌 것이라는 관측 때문에 인수자를 찾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 측은 인수 후보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추진하는 자구노력을 부각하면서 이번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이 성사될 경우, 위기에 처한 국내 오프라인 유통산업의 구조를 재편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고정비를 줄이기 위한 명분으로 회생절차 과정에서 진행 중인 임차료 조정 협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 홈플러스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이 지난달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2025 회계연도 기준 홈플러스 임차료는 전체 판매관리비의 18~20% 수준으로 매년 오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대주주인 MBK가 보유하고 있는 2조5000억원 규모의 보통주를 전량 무상 소각하고, 신주 인수 방식 매각을 택해 인수대금이 모두 홈플러스로 유입되면 이를 채무 상환에 사용해 금융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홈플러스 인수 조건이 그렇게 매력적이라면 MBK가 추가 자금을 수혈해서 정상화에 나서면 되는데 실상은 이를 회피하고 있다"며 "채권자들은 인수대금으로부터 채권을 변제받기 때문에 청산가치를 보장할 만한 여력이 있는 인수자가 나타나야 한다"고 맞섰다.
티메프 여파 지속…피해자 보상 난망
부동산 자산을 통한 담보 설정을 어필할 수 있는 홈플러스나 매각 예비입찰에 10여곳 미만의 전략적투자자(SI)와 재무적투자자(FI)들이 참여한 애경산업의 경우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회생절차에 들어간 발란과 위메프, 정육각 등 온라인플랫폼은 자본잠식 상태로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위메프는 지난 4월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으나 진척된 것은 없다. 지난해 위메프와 함께 판매자 대금 미정산 사태를 일으킨 티몬은 회생법원의 강제인가를 걸쳐 신선식품 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에 인수합병이 결정됐다. 다만 1조2000억원에 달하는 티몬의 채권 총액 중 오아시스 인수금 116억원 통한 회생채권(대여금채권·상거래채권·구상채권) 변제율은 약 0.75%로 책정돼 피해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1억원을 떼인 피해자들이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75만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로 인한 피해자는 소비자 47만명과 판매자 5만6000명에 달한다. 위메프와 발란 등 다른 플랫폼에서 피해를 본 이들도 티몬 사례처럼 채권을 정상적으로 변제받지 못하게 될까 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티메프 피해자들로 구성된 검은우산비상대책위원회는 "법원이 파산을 막고자 불가피하게 (강제인가를) 판단했다고 생각하지만, 사태 발생 후 1년이 다 돼가는 상황에서 1%도 안 되는 변제율은 참담하다"며 "정부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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