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인하 여부, 향후 인하 속도와 폭 가늠 위한 체크 포인트
①서울 아파트 가격·거래량 추이…"기대 심리가 꺾였는가"
②이달 말 美 FOMC…"금리 결정 넘어 경제 판단까지 체크"
③3주간 관세 협상…"韓뿐 아니라 中·EU 등 내용 확인 필요"
"가계부채 대책의 영향, 무역 협상의 전개 양상 등을 조금 더 점검하겠다." 7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이후 시장의 관심은 다음 인하 시기와 향후 인하 폭에 쏠렸다. 지난 10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강조한 내용을 바탕으로 향후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을 가늠하기 위한 체크 포인트를 짚었다.
①서울 아파트 가격·거래량 추이…"기대 심리가 꺾였는가"
가장 눈여겨봐야 할 건 서울 등 주요 지역의 아파트 가격과 거래량이다. 이달 인하 기조에 있는 금리를 동결에 붙들어 둔 건 수도권 주택시장 과열이다. 이로 인해 급증한 가계부채는 금융 불안정 우려를 야기했다. 지난 10일 간담회에서 부동산과 가계부채는 45번이나 언급되며 주요 주제로 다뤄졌다.
정부의 6·27 대책 시행으로 부동산 시장의 열기는 한풀 꺾인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첫째 주(7월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 폭은 0.29%로 직전 주(0.40%) 대비 0.11%포인트 줄었다. '요주의' 지역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비롯해 동남권의 상승세가 눈에 띄게 둔화했다. 이 총재는 6·27 대책의 강도가 예상보다 높아 가계부채 면에서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현재와 같이 부동산 거래량이 주춤한 상황이 유지되면 가계부채는 시차를 두고 안정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부동산 가격이 현재의 안정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집값엔 대출뿐 아니라 심리, 공급 등 보다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부동산 광풍이 불며 가계부채가 급증했던 지난해 8월보다 현재가 '더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스피드가 지난해 8월보다 빠르다"며 "정도로 따지면 지금이 더 경계감이 심하다"고 말했다. 시장 진정에도 당시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음 금통위까지 서울 등 주요 지역 아파트 가격과 거래량은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추이를 통해 시장의 집값 상승 기대 심리가 꺾였는지 확인돼야 하기 때문이다. 쉽사리 분위기가 꺾이지 않는다면 정부의 추가 공급 대책 필요성 등이 거론되면서, 한은 역시 추가 인하에 부담감이 커지게 된다. 이 총재는 "한은 금리 인하의 속도와 폭이 시장 심리를 자극해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는 작동하게 하지는 않겠다는 게 금통위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②이달 말 미국 FOMC…"금리 결정 넘어 경제 판단까지 체크"
이달 29~30일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책금리 결정 역시 주목된다. 금리 인하 여부뿐 아니라 회의 내용까지 한국의 기준금리 향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시장에선 7월 동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으나 FOMC 내에서도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 등이 잇달아 이달 인하에 힘을 싣는 등 목소리가 갈리는 모양새다. 이 총재는 "관세가 미국 물가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FOMC 멤버 간에도 의견이 굉장히 다른 것 같다"며 "우리 입장에선 이자율 격차가 부담되니까 미리 내려주면 좋은데, 7월에 (인하를) 하냐 안 하냐도 굉장히 불확실하다"고 짚었다.
이 총재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현재 약달러 움직임 속에서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의존도는 예전보다 줄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미 금리차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 부담은 여전하다. 지난 10일 금통위 당시 금통위원 6명 가운데 2명이 향후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았던 이유도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2.00%포인트보다 더 확대되는 데 부담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기계적으로 (한미 금리) 격차가 어느 정도 이상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은 아니다.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의존도는 예전보다 많이 줄었으나, 계속 봐야 할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③3주간의 관세 협상…"韓뿐 아니라 中·EU 등 주요 지역 확인 필요"
무엇보다 8월1일까지 재차 유예된 미국과의 관세 협상 결과가 핵심 변수다. 금리 향방을 결정할 또 다른 중심축인 경기 우려의 크기를 달리할 재료여서다. 지난 10일 간담회에서 관세는 34번 언급되면서 부동산과 가계부채 못지않게 중요하게 다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8월1일부터 한국산 전 제품에 상호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통보하면서, 기간 내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국과 미국의 무역 협상 결과에 따라 수출과 성장 경로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우리나라에 부과되는 상호관세와 반도체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가 어느 수준에서 결정되느냐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에 미치는 관세뿐만 아니라 중국을 포함한 주요 경쟁국에 대한 관세 수준과 우리나라의 주요 해외 생산기지인 베트남, 멕시코, 캐나다 등에 대한 관세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은은 앞선 5월 경제전망에서 기본(10%)·품목(25%) 관세가 대체로 유지되는 상황을 가정해 올해 경제 성장률(0.8%)을 전망했다. 이후 시장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 등에 따라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이 1.0% 수준까지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총재 역시 성장률을 0.1%포인트 올릴 것으로 보이는 2차 추경 효과를 기계적으로 고려하면 올 성장률은 0.9%로 올라간다고 봤다. 그러나 협상 상황에 따라 상호관세가 25%를 유지하거나 더 높아질 경우, 오히려 종전 성장률 전망을 밑도는 수준으로 기대치를 낮출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저성장 우려에 무게가 쏠리면서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가 생각하는 나쁜 시나리오는 관세가 직간접적으로 크게 올라갔는데, 부동산 가격마저 잡히지 않는 상황이다. 금융안정과 성장 양쪽 손을 들어줘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이 총재는 "그렇게 되면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둬야 할지 금통위원들 간에도 의견이 갈릴 것"이라며 "현재로선 불확실성이 매우 커서 데이터를 보면서 결정해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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