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마을'로 유명세…30년 간 1조원대 경제효과
판다반환으로 561억 손실 예상
30여년간 일본 서부 와카야마현 시라하마의 상징이었던 판다 4마리가 중국으로 반환되면서 '판다 마을'로 불린 이 지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시라하마 지역에서 지난 30여년간 지역의 상징이자 관광 산업의 중심이었던 판다 4마리가 중국으로 돌아갔다.
시라하마에 있는 테마파크 어드벤처 월드에서 자란 라우힌(24)과 딸 유이힌(8), 사이힌(6), 후힌(4)은 모두 일본에서 태어났다. 이 판다들은 '판다 마을' 시라하마의 상징으로, 수십 년 동안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해왔다.
하지만 임대 협정이 연장되지 않으면서 판다들은 최근 중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현재 모든 판다의 소유권은 중국 정부가 가지고 있다.
이날 작별 인사를 위해 몰려든 판다 팬들은 흑백 옷차림에 털모자를 쓴 채 판다 인형과 배너를 들고 장시간 줄을 서며 눈물을 흘렸다. 사쿠라이 시오리는 "정말 떠나보내고 싶지 않다. 매일 사랑할게"라며 오열했다. 딸과 손녀와 함께 방문한 니노미야 미호코는 "세대를 이어 매달 방문했다. 정말 많이 그리울 것"이라 CNN에 말했다.
오사카 남쪽 145km에 위치한 인구 2만명의 해변 도시 시라하마는 지역 곳곳을 판다 이미지로 채울 정도로 판다에 관광 산업을 의존해 왔다. 미야모토 가츠히로 간사이대 명예교수는 지난 30년간 판다들의 시라하마에 약 1256억엔(1조1754억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했지만 판다 반환으로 연간 약 60억엔(561억원)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시 전체 예산의 40%에 달한다.
미야모토 교수는 또 연간 관광객 약 20만명이 줄고, 지역 인구 감소와 고용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 내 일자리가 줄어 젊은 세대가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악순환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차역 근처 기념품점을 운영하는 사츠키 키타이는 "가족 사업 매출의 40%가 판다 상품이었다"며 "'판다 기념관'으로 계속 남겨둘지 아직 결정을 못 내렸다"고 말했다.
과거 시라하마는 온천 관광지로 유명한 지역이었다. 하지만 온천 관광 인기가 시들해졌고 1994년 판다 유치에 성공하며 라우힌과 에이메이 등과 함께 판다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에이메이는 중국 밖에서 가장 성공적인 번식 기록을 세운 판다로, 암컷 판다 메이메이와 사이에서 총 16마리의 새끼를 남겼다. 이후 2023년 중국으로 돌아간 뒤 올해 초 32세로 세상을 떠났다.
판다 임대는 중국의 '판다 외교' 전략의 일환으로, 계약 연장 여부는 중국과의 외교 관계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10년간 임대하며 해외에서 태어난 새끼는 4살 이전에 중국으로 보내진다.
이 가운데 중국이 시라하마와의 판다 임대 계약 연장을 거부한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외교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추측이 나온다. 마사키 이에나가 도쿄여자기독교대 국제관계학과 부교수는 "정치적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CNN에 말했다. 시라하마에서는 지난해 친대만 성향의 정치인인 오에 야스히로가 시장으로 당선됐다. 마사키 부교수는 "이것이 중국을 화나게 했을 수 있다"며 "중국은 대만 문제를 무시할 수 없는 문제로 생각한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오에 시장은 "인구 2만의 소도시 시장인 내가 대만과 교류했다고 중국이 판다를 회수했을 리는 없다"고 부인했다.
중국 외교부는 대만 문제는 내정 문제라며 "일부 일본 정치인들의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고 CNN에 밝혔다. 다만 중국과 일본이 판다 관련 교류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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