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출신 가수 겸 배우 고(故) 제인 버킨이 사용한 오리지널 버킨백이 핸드백 경매 역사상 최고가에 낙찰됐다. 버킨은 1985년부터 1994년까지 이 제품을 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더비 홈페이지·AF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10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파리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흠집 나고 얼룩진 검정색 가죽 버킨백이 경매에서 수수료 포함해 860만유로(138억214만원)에 낙찰됐다. 이는 경매 역사상 가장 비싼 핸드백 낙찰가 기록이다. 낙찰 전 최종 입찰가는 700만유로(112억3304만원)였다. 매수자는 일본인으로 알려졌다.
이 가방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버킨을 위해 최초로 제작한 '버킨백'이다. 버킨은 1985년부터 1994년까지 이 제품을 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더비 글로벌 핸드백 및 액세서리 부문 책임자인 모르간 할리미는 이번 경매에 대해 "패션과 럭셔리 역사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그는 "전설이 지닌 힘과 독보적인 출처를 지닌 예외적인 아이템에 대한 수집가들의 열망을 극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며 "이번 판매는 동시에 제인 버킨이라는 뮤즈의 지속적인 정신과 매력을 기리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버킨백은 화려한 후속 모델들을 제치고 최고가를 경신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2022년 소더비는 흰색 다이아몬드 장식의 '다이아몬드 히말라야 버킨'을 45만달러(6억1900만원) 이상에 판매했고, 2021년에는 크리스티 경매에서 악어가죽 켈리백이 약 39만달러(5억3600만원)에 팔린 바 있다. 이전까지 가장 비싼 핸드백은 다이아몬드와 악어가죽으로 만든 켈리백으로, 약 51만3000달러(7억553만원)였다.
이번 버킨백은 1994년 버킨이 에이즈 연구기금 마련을 위해 처음 판매한 이후 몇 차례 주인이 바뀌었다. 앞서 뉴욕 현대미술관(MoMA), 런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 등에서 전시되기도 했다. 이번 경매는 25년 전 이 가방을 낙찰받은 소더비의 고객 '캐서린 B'가 다시 출품하면서 진행됐다. 캐서린 B는 "이번 판매를 통해 당시 입찰 경쟁의 생생한 감정과 이 가방을 차지했을 때의 벅찬 감정을 다시 떠올렸다"고 밝혔다.
소더비에 따르면 이 가방은 이후 출시된 버킨백들과 다른 점이 많다. 크기, 메탈 링과 장식, 어깨끈 등 일부 요소는 버킨을 위해 한 번만 특별 제작된 것으로, 이후 다른 버킨백에는 같은 사양이 다시 쓰이지 않았다.
앞 덮개에는 버킨의 이니셜 'J.B.'가 새겨져 있으며, 어깨끈에는 그가 즐겨 쓰던 손톱깎이가 매달려 있다. 손톱을 자주 다듬는 습관이 있었던 버킨이 늘 휴대하던 물건이다. 또 가방에는 국제 인도주의 단체 국경 없는 의사회와 유니세프 스티커 자국 등 버킨의 일상 흔적이 남아 있다.
할리미는 "처음에는 실용적인 목적의 개인용 가방으로 제작된 제품이 시간이 흘러 역사상 가장 탐나는 명품으로 자리 잡은 건 놀라운 일"이라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 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