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과세표준 구간 조정
2008년 개편 이래 큰 변동없어
2025년 07월 11일(금)
세종=이은주기자
입력2025.07.11 14:31
수정2025.07.1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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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에서 차지하는 근로소득세의 비중이 법인세 수입을 넘어서면서, ‘월급쟁이’ 근로자들의 세 부담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가 상승에도 소득세 과세표준 기준금액과 공제액은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어 실질적인 소득세 부담이 증가해왔다는 판단에서다. 세법 개편을 통해 16년째 제자리로 유지되어 온 기본공제 규모를 늘리고,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을 손질해야 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국세청에 따르면 근로소득세 수입은 지난해 64조2000억원으로 법인세(62조5000억원)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월급을 받는 직장인들의 조세 기여가 기업을 초월한 셈이다.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명목임금 인상으로 근로소득자의 실질임금은 하락했지만, 소득세 부담은 지속해서 늘어왔기 때문이다. 명목임금이 오르는데 소득과표 구간이 그대로 고정돼 있으면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조세부담이 증가한다.
국세청 국세통계연도별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23년까지 물가 상승(1.5배)보다 세금(6.1배) 부담은 더 많이 증가했다. 채은동 민주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물가는 실효세율을 2009년 3.5%에서 6.5%로 2배 가까이로 올렸다. 명목임금을 기준으로 초과누진세를 적용하는 소득세율체계에서 근로소득자는 전보다 높은 과표구간의 세율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쓸 수 있는 월급은 크게 늘지 않았는데, 숫자상으로는 더 많은 월급을 받게 된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된 것이다.
반면 소득세 기본공제는 17년째 동결된 상태다. 소득세 기본공제는 1인당 150만원으로 2009년 100만원에서 상향 조정된 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는 2009년 1월부터 2025년 1월까지 40% 가까이 상승했다. 물가가 40% 가까이 오르는 동안 공제는 그대로 유지되는 '소리없는 증세'가 지속된 것이다.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도 2008년 개편 이래 큰 변동 없이 유지되어 왔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감세 기조에 따라 전체 과표 구간을 ▲1000만원 이하,1000만원 초과~4000만원,4000만원 초과~8000만원,8000만원 초과에서 ▲1200만원 이하, 1200만원 초과~4600만원, 4600만원 초과~8800만원, 8800만원 초과로 상향조정했다. 이듬해인 2009년에는 세율도 1200만원 이하는 8%에서 6%로, 1200만원 초과~4600만원은 17%에서 16%로, 4600만원 초과~8800만원은 26%에서 25%로 낮췄다. 8800만원 초과는 35% 그대로 유지했다. 2010년에는 1200만~4600만원의 세율을 16%에서 15%로, 4600만원 초과~8800만원 세율을 25%에서 24%로 하향조정했다.
전체 과표구간 상향 이후 15년 만인 2023년에 최저 기준금액인 1200만원을 1400만원(6% 세율)으로, 15% 세율구간인 4600만원을 5000만원으로 한차례 상향 조정하긴 했으나 이외의 과표 구간의 변동은 없었다. 임재범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근로소득세 과세 합리화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당시 누적 물가상승률인 25.5%의 1/3 내지 2/3에 불과한 정도만 반영됐을 뿐이고 다른 과세표준 구간은 조정되지 않고 그대로”였다며 “2008년 대비 물가는 39.8% 상승했는데 이러한 물가상승을 소득세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세 부담이 증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지적에 따라 지난 대선에서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과세표준 조정과 기본공제 확대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더불어민주당은 6% 세율 구간을 14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15% 구간을 5000만원에서 5300만원으로 확대하고 기본공제를 180만원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당시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대표는 근로소득에 기본공제를 현실화해 월급쟁이들의 유리 지갑을 늘리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했다"며 "월급쟁이들에 대한 강제 증세를 막고 공평하게 과세 합리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당시 "월급쟁이는 봉이 아니다"라며 근로소득세 구조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국민의힘은 여기서 더 나아가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제시했었다. 과거에 과표 구분 기준이 1000만원 / 4000만원 / 8000만원 등이었던 것처럼 1500만원 / 5000만원 / 9000만원 등으로 낮은 구간의 숫자 단위를 크게 맞추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대선 이후 관련 논의는 수면 아래로 내려간 상태다. 국가 재정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막대한 세수 감소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 의원은 당시 "연간 예상 세수 감소 규모는 근로소득세 1조1000억원, 종합소득세 8000억원 등 약 1조9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다만 "이는 최근 4년간 누적 근로소득세수 증가액만 61조원인 것과 비교하면 충분히 조정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전면적인 소득세 과표구간 상향 조정이 어렵다면 일부 하위 구간에서의 변동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나라의 소득세 부담은 늘어난 것이 사실이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실효세율 부담이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고려해 하위 구간의 손질부터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6단계의 모든 구간을 변동시키기보단 하단 구간에 속하는 6% 세율 구간 (과세표준 1400만원 이상)과 15% 세율 구간(5000만원) 먼저 올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공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채은동 연구위원은 당시 토론회에서 공제액을 현행 150만원에서 170~180만원까지 올려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170만원으로 올리면 근로소득세 1500조원, 종합소득세 5000억원 등 총 2조원의 재정이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