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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인가 조력자인가, 재계 뒤흔든 사모펀드 [신금융권력 사모펀드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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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해 말 국내 기관전용 사모펀드 약정액이 153조원을 돌파했다.

행동주의 펀드와 전략투자자 연합이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실적까지 개선해낸 것이다.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개입이 곧 기업가치 훼손이 아니지만 경영 로드맵이 없는 지분 분쟁일 경우 인력 유출과 각종 투자 지연 등 부작용이 나타난다"며 "SM엔터 사례가 보여주듯 지배구조 투명성과 주주환원 전략 등 기업 가치 창출의 청사진 여부가 사모펀드를 조력자와 사냥꾼으로 나누는 핵심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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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고려아연 등 경영권 갈등에 적극 개입
인력 유출·투자지연 부작용 우려 높아져
지배구조 및 재무 개선으로 기업가치 올리기도

편집자주지난해 말 국내 기관전용 사모펀드 약정액이 153조원을 돌파했다. 2005년 법적으로 처음 등장한 사모펀드는 부실기업을 사들여 성공적으로 턴어라운드시키는 긍정적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부족한 경영능력으로 기업과 주주에 피해를 주는 사례도 속출했다. 또 3, 4세로 내려오면서 지배구조가 취약해진 재벌가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면서 자본시장을 흔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사모펀드의 현재와 바람직한 미래를 조명해본다.
사냥꾼인가 조력자인가, 재계 뒤흔든 사모펀드 [신금융권력 사모펀드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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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오너 3·4세로 가업을 승계한 가운데 사모펀드(PEF)의 움직임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초기에는 기업 구조 개편의 조력자로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최근에는 지배구조가 취약해진 대기업들의 형제간 또는 동업자 간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면서 기업사냥꾼이라는 비난 속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관전용 사모펀드 약정액은 153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96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60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국내에 사모펀드가 도입된 2005년 당시 5조원과 비교하면 30배 넘게 시장 규모가 커졌다. 덩치를 키운 사모펀드들은 막강한 자본으로 여러 기업에 투자했다. 경영구조가 비효율적인 기업들의 경우 밸류업 작업을 통해 가치를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이들은 주요 대기업의 구조 개편 작업에 적극 참여해 서로 윈윈(win-win)하는 결과를 이끌어내며 자본시장 내에서 위상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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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가 뒤흔든 승계·경영권 내전

하지만 최근에 일부 사모펀드가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대기업 구조개편 시장이 포화됐다는 판단하에 이제는 승계 과정에서 지분이 희석되고, 갈등이 예고된 3세 경영 기업의 경영권을 타깃으로 삼았다. 전자가 우호적이라면, 후자는 적대적이라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적대적 개입의 대표적 사례가 국내 최대 항공사 대한항공 을 가진 한진 그룹 총수 일가의 남매간 대결에 끼어든 것이다.


행동주의를 표방한 KCGI는 2018년 11월 처음으로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지분 9%가량을 사들였다. 처음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경영참여를 목표로 했다.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친화 정책이 명분이었다.


총수의 갑작스러운 사망과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승계, 3세로 내려오면서 희석된 지분율, 자녀들의 비슷한 지분 규모 등을 노렸다. 비록 경영권 확보는 실패했지만, KCGI는 최종적으로 보유 지분을 호반건설에 넘기면서 2배 이상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후 사모펀드의 재벌 내전 참전은 빈번해졌다.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고려아연 1, 2대 주주 간의 갈등에 뛰어들었다. 회사 1대 주주인 영풍 측과 손잡고 현재 경영진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각종 의혹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한편 경쟁적 공개매수도 단행했다. 지난해 한국앤컴퍼니 의 조현범 회장과 조현식 고문 등 형제간 갈등에 뛰어들어 예행 연습을 한 MBK의 공격은 매서웠다.


최 회장 측은 임시주주총회 전날 위법 소지가 있는 순환출자 고리까지 만들어내면서 방어에 급급했다. 홈플러스 사태가 터지면서 MBK에 불리한 여론이 형성되지 않았다면 최 회장 측이 승기를 잡기 어려웠을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이 밖에도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는 한미약품 그룹의 송영숙 회장과 손잡고 창업주 일가의 모자(母子)간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었다. 금호석유화학 오너 일가 사이에서 벌어진 '조카의 난'에도 사모펀드 차파트너스가 뛰어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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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율 분산·ESG 확산이 사모펀드에 날개 달아

사모펀드들은 대부분 승계 또는 가족 내분 시기에 참전했다. 지배구조 공백과 세대교체로 발생한 빈틈을 노렸다. 창업주 일가가 2세에서 3세로, 3세에서 4세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는 지분이 희석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자녀 수가 많은 경우, 또는 창업주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 경영권승계가 마무리되지 않은 경우는 빈틈이 더욱 컸다. 총수 지분이 30% 안팎인 구조에서 지분 5~10%만 확보한 뒤 각종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표 대결의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었다. 실제로 고려아연과 한진그룹, 한국앤컴퍼니그룹 모두 대주주 지분이 20~30% 수준이었다.


사회적 변화도 한몫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열풍이 불었고, '주주가치 제고' 분위기가 확산하기 시작하면서 기존 경영진과 대립하는 사모펀드 측을 지지하는 소액주주도 늘어났다. 오너 입장에서는 상속세 부담을 덜기 위해 주당 가치를 올리는 데 인색했던 과거가 미래 세대의 발목을 잡게 된 셈이다.


사냥꾼인가 조력자인가…두 얼굴의 PEF

사모펀드가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 때마다 자주 나오는 묘사는 '기업사냥꾼'이다. 특히 공격받은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이런 레토릭을 사용한다.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를 '중국에 기술을 넘길 수도 있는 기업사냥꾼'이라고 비판했다. 내부임직원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임직원 60%가 이번 경영권 분쟁이 고려아연의 사업과 운영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력자로 인정받는 경우도 있다. 카카오 와 얼라인파트너스가 손잡고 2022년 SM엔터테인먼트 창업자 이수만과 하이브 연합과 대립한 경우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듬해 주총에서 SM엔터의 감사를 선임한 이후 지배주주와의 부당거래 문제를 매듭지었다. 이후 주주가치 제고를 추진하면서 투자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행동주의 펀드와 전략투자자 연합이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실적까지 개선해낸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개입이 곧 기업가치 훼손이 아니지만 경영 로드맵이 없는 지분 분쟁일 경우 인력 유출과 각종 투자 지연 등 부작용이 나타난다"며 "SM엔터 사례가 보여주듯 지배구조 투명성과 주주환원 전략 등 기업 가치 창출의 청사진 여부가 사모펀드를 조력자와 사냥꾼으로 나누는 핵심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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