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美 양당제에 도전장 내민 머스크…아메리카당 성공할까[AK라디오]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제3당 후보 당선 역사없는 미국
공화당 지지율 분산 가능성 우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돌연 제3당 창당을 선언하며 미국 정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5일 '아메리카당(America Party)' 창당을 발표하고 6일 당국에 신고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당 운영 계획이나 정책 방향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이번 창당 선언은 머스크가 정부효율부 수장직을 사임하고 테슬라 경영에 전념하겠다고 밝힌 지 한 달여 만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움직임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머스크가 발표한 아메리카당 창당 계획은 현재까지 상당히 애매모호한 상태다. 머스크는 내년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상원 2~3석, 하원 8~10석을 확보해 제3당을 구성하고 전국적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당을 함께 구성할 인물이 누구인지, 어떤 정치인들을 영입할 계획인지, 핵심 공약이 무엇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중간선거까지 1년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의석 확보를 위해서는 최소한 창당 멤버라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정계 안팎에서는 머스크의 진정한 의도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연 머스크가 진심으로 제3지대를 구축해 미국 정계를 뒤흔들려는 것인지, 아니면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압박성 메시지인지 그 의도가 명확하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정치사에서 제3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 사례는 없다. 미국의 선거 시스템이 직접투표제가 아닌 간선제이고, 각 주마다 승자독식 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사실상 제3당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과거 제3당 도전 사례를 보면, 1912년 미국 대선에서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공화당을 탈당해 진보당을 창당해 대선후보로 나왔지만 패배했고, 이로 인해 정권이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1968년 미국독립당의 조지 월리스 후보도 마찬가지로 실패했다.


가장 최근 사례인 1992년 로스 페로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18% 이상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승자독식제도 때문에 선거인단을 단 한 명도 확보하지 못하고 패배했다. 이는 미국 각 주의 법 자체가 양당제 체제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일부 주에서는 공화당·민주당 외 후보가 등록하려면 최소 2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이 때문에 녹색당 같은 군소 정당들도 아예 후보를 내지 못하는 주들이 많다. 특히 머스크가 제시한 '아메리카당'이라는 당명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부 주에서는 투표지에 '아메리카'라는 단어를 넣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머스크 CEO의 제3당 창당 움직임은 정치적 동기보다는 사업적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을 위한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머스크는 정치 활동을 시작한 지 1년여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고, 정부효율부 재직 시절에도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료들이나 핵심 측근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과 마찰을 빚으며 각종 부처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악명을 얻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머스크 CEO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의견이 55%를 넘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계 진출을 진지하게 고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오히려 어려운 상황에 놓인 자신의 사업에 활로를 열어보려고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정치 진출을 선언한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테슬라는 심각한 매출 감소에 직면해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반(反)테슬라 불매운동이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고, 그동안 매출이 괜찮았던 중국에서도 7개월 연속 매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테슬라가 신차 모델을 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모델의 저가형 제품만 출시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중국 소비자들의 실망이 크다는 분석이다. 반면 중국 전기차 회사들은 자율주행 시스템을 결합한 차량, 차 내부를 영화관처럼 개조한 전기차,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모델 등 다양한 신차를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2~3년 전 모델 그대로인 테슬라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제한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자, 머스크 CEO가 제3당 창당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고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을 지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시하더라도 중간선거 기간이 다가오면 머스크의 방해 공작이 어떻게 작용할지 신경 쓰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머스크 CEO가 지난 대선에서 막판에 트럼프 진영에 합류해 당선의 주역이 된 것을 트럼프 측근들도 모두 기억하고 있다. 이 사람이 정적으로 나서면 본인이 당선되지 않더라도 공화당을 크게 방해할 수 있다는 위험 요인으로 보고 있다. 머스크 CEO는 좋든 싫든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인물이고, 막대한 자본력을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뒤에서 도왔듯이 다른 사람을 물심양면으로 돕는다면 폭발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 내 무당파 비율이 40% 정도까지 늘어나고 있고, 이번 감세안 통과 과정에서도 보수 쪽 인사들 중 반대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머스크가 어느 편을 드느냐에 따라 중간선거 판세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만약 머스크 CEO의 창당 선언이 사업 전략이라면, 트럼프 행정부가 계속 무시로 일관할 경우 오히려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동안 공화당이 민주당을 압도하고 있던 상황에서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메리카당이 창당돼 의석을 확보하거나, 이를 계기로 새로운 정계 인물을 영입하거나, 민주당과 연합하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공화당으로서도 상당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또한 머스크 CEO가 전기차 보조금 문제나 중국과의 관세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려는 협상을 계속 진행한다면, 이것이 결국 다른 나라들의 무역 관세 문제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머스크 CEO의 창당 선언이 진짜 정치적 야심인지, 아니면 교묘한 사업 전략인지는 시간이 지나야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움직임 자체만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신경 쓰이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정치의 이런 변화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머스크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마예나 PD sw93yena@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top버튼

한 눈에 보는 오늘의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