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나노 수율 연내 확보하라" 방침
1.4나노 개발 로드맵까지 2년 연기
美 테일러 공장 내년 가동 걸림돌
빅테크 못 잡으면 적자 규모 확대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가 반등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51조원 규모로 건설하는 미국 테일러 공장도 내년부터 가동해야 하는 만큼 올해 안에 2나노(1㎚=10억분의 1m) 공정 수율을 70% 이상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겠다는 방침이다. 미국 파운드리 공장 가동 시점까지 대형 고객사를 잡지 못하면 적자 규모가 더 불어날 거란 우려가 감지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나노 수율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2나노 공정은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은 물론, 시스템LSI 사업부가 개발하는 모바일 칩셋 '엑시노스'의 사업 정상화에도 직결되는 과제다.
지난 1일 열린 세이프(SAFE)·파운드리 포럼에서도 2027년으로 예정됐던 1.4나노 양산 목표를 2029년으로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2나노 공정 완성도부터 높여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AI) 칩 시장에서 향후 2~3년간 2나노대 공정이 주력일 것으로 전망했다"며 "현재로선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2나노 공정에서 40% 이상의 수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해 3나노 공정에서 수율 문제가 불거진 뒤 주요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개발 중인 2나노 공정은 자사 시스템LSI 사업부가 개발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Exynos)'는 물론, 약 23조원을 들인 미국 테일러 공장 가동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우선 3나노 수율 문제로 올해 초 출시된 '갤럭시 S25' 모델에 엑시노스 2500을 탑재하지 못한 삼성전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시리즈를 거듭 채용하면서 수조원대 지출을 감내했다. 내년 1분기 출시되는 갤럭시 S26에 차세대 엑시노스 2600을 적용하려면 2나노 수율 확보가 관건이다.
최근 출시한 갤럭시 Z 플립7에는 엑시노스 2500을 늦게나마 채용했지만, 함께 공개된 갤럭시 Z 폴드7 모델의 모바일 플랫폼은 여전히 퀄컴의 '스냅드래곤 8 엘리트'를 탑재했다. 벤치마크(성능실험) 사이트에선 엑시노스 2500이 퀄컴보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 테일러 공장은 더 큰 문제다. 2021년 170억달러 투자를 결정했고, 향후 공정 확대와 장비 증설까지 고려하면 총사업비는 370억달러(약 5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를 노린 전략적 투자로 출발했지만, 시장 점유율이 꾸준히 하락했다. 엔비디아·퀄컴·AMD 등 빅테크는 여전히 TSMC 의존도가 높다. 2나노 공정에서도 주요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하면 대규모 투자가 거대한 리스크로 돌아올 거란 우려가 짙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확보해도 수익성을 담보할 고객 부재가 경쟁력을 더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올해 3월 TSMC에서 21년간 재직했던 마거릿 한 전 NXP 글로벌 구매·조달 부문 부사장을 삼성전자 미주법인 파운드리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하며 고객사 공략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잠재 고객사와 2나노 공정에 대한 양산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뚜렷한 계약은 아직"이라며 "퀄컴과 평가 중인 제품도 물량 규모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중국 업체들의 추격도 견제 요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 67.6%, 삼성전자 7.7%, SMIC 6.0% 등 순으로 사실상 TSMC의 독점 구조가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 점유율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국 SMIC·화홍반도체 등이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어 삼성전자에 차별화 전략이 요구된다는 평가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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