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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가운데서 대놓고"…농작물 서리에 우는 도시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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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거율 낮은 농작물 절도
"처벌 수위 높여 예방해야"

"내 당귀 어디 갔어!"


서울 금천구 안양천의 도시농부 텃밭에서 가족과 함께 3년째 농작물을 기르고 있는 김단비씨(40)는 최근 애지중지 키운 당귀를 도둑맞았다. 심어놓은 당귀 1뿌리를 훔쳐 갔길래 나머지 당귀를 뽑아야 할지 고민하던 1주일새 도둑이 그것마저 뿌리째 뽑아가 버렸다. 그의 텃밭이 있는 곳은 한적한 시골도 아니고, 도심 속 자전거도로 바로 옆에 있는 개방된 공간이다. 김씨는 "2살짜리 딸이랑 키운다고, 메모도 붙여놨었는데 양심이 왜 이렇게 없는지 모르겠다"며 "훔친 당귀를 먹어보고, 좋으니 다시 훔쳐 간 것 같다"고 말했다.

당귀를 도난당한 김단비씨(40)의 텃밭 바로 앞에 붙어있는 경고문. 최영찬 기자

당귀를 도난당한 김단비씨(40)의 텃밭 바로 앞에 붙어있는 경고문. 최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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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농작물 절도가 도시 농부들을 울리고 있다. 인적이 드문 시골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오가는 도심 속에서 버젓이 범죄가 이뤄지고 있다.


12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농산물 절도사건은 총 2665건 발생했으나 검거율은 1156건으로 43.3%에 그쳤다. 농산물 절도의 경우 해당 농산물이 누구의 소유인지 구별하기 힘들다는 점과 신고율도 높지 않다는 점에서 검거가 어렵다.


이날 찾은 서울 동작구의 전주이씨 함풍군 묘역에도 나무와 꽃을 훼손하지 말아 달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었다. 종친회 측이 주민 관상용으로 심어놓은 나무에서 열매를 따가거나 값이 나가는 묘목을 파가는 일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어서다.

목단을 도난 당했다는 종친회 텃밭 앞에 '같이 보면 더 예뻐요, 꽃과 나무를 뽑아가지 마세요. 적발 시 형사 조치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최영찬 기자

목단을 도난 당했다는 종친회 텃밭 앞에 '같이 보면 더 예뻐요, 꽃과 나무를 뽑아가지 마세요. 적발 시 형사 조치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최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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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역을 관리하고 있던 종친회 관계자는 "최근에 어떤 사람이 미개방 금지지역까지 들어가 매실을 다 따갔다"며 "작년엔 개당 15만원짜리 목단을 심었는데, 삽으로 퍼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땅에 떨어진 열매를 가져가는 건 괜찮지만, 제발 따가면서 나무와 꽃을 훼손하지는 않아 줬으면 좋겠다"며 "CCTV 영상도 다 확보하고 있지만, 신고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농작물을 훔쳐 갔다는 곳을 살펴보니 종친회 사무실로 쓰이고 있는 건물 바로 앞이었고, 인근엔 산책로도 있어 트여있는 곳이었다.


일상에서 흔히 벌어지는 농작물 절도는 명백한 범죄다. 다른 사람이 키운 농작물을 훔치다 걸리면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2명 이상이 공모해 훔쳤다면 특수절도죄도 성립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텃밭 인근에 농작물 무단절취를 금지하는 안내문을 붙여놓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전문가는 농작물 절도에 대한 양형 기준을 손봐서 예방 효과를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도우 경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농작물 절도의 경우 대부분이 초범이고, 피해 규모도 소액이다 보니 걸리더라도 기소유예 내지는 벌금형이 많다"며 "전문적으로 비싼 농작물을 노리는 상습 절도범도 있는 만큼 처벌의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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