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런던 상장 계획 세웠다가 홍콩으로 급선회
미중 관세전쟁으로 실적 타격 우려 있지만
"물가 상승하면 오히려 호재" 기회로 보기도
중국 최대 패스트패션 기업 쉬인이 기업공개(IPO) 무대를 뉴욕과 런던이 아닌 홍콩으로 급선회했다. 쉬인은 2023년 뉴욕증시 상장을 추진했지만 미 당국의 거부로 무산되자 지난해 런던증시 상장으로 방향을 틀었고, 최근 영국 당국도 승인을 미루는 분위기에 결국 홍콩행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 여파로 쉬인이 한동안 실적 타격을 받겠지만, 물가상승 기조와 저가브랜드 선호 현상이 오히려 중장기적으로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쉬인에 호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쉬인, 런던 상장 진행 막히자 홍콩 IPO 추진
쉬인이 지난달 말 홍콩증권거래소(HKEX)에 투자설명서 초안을 접수하고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에 상장 승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화권 언론인 중국시보가 소식통을 인용해 이와 같이 전하며 "이번 홍콩증시 상장은 영국 규제당국을 압박하려는 목적이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쉬인이 런던증시 상장을 완전히 포기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영국 금융당국(FCA)이 규제완화 등을 통해 쉬인 상장에 속도를 낼 용의가 있다면 홍콩보다 런던 상장을 더 우선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쉬인은 지난해 5월부터 런던증시 상장을 준비했지만, 영국 FCA 승인이 지연돼 상장 계획 진행이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쉬인의 상장 추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뉴욕행을 준비했던 2023년부터다. 그해 5월 쉬인은 투자기관들로부터 기업가치를 660억달러(약 90조원)로 평가받고 뉴욕증시에 상장을 신청했지만, 미국 정부의 승인거부로 무산됐다. 이후 런던증시 상장을 신청하고 절차를 진행해왔다.
매출 성장세는 매우 강하지만…미중 갈등·인권 논란 확대
쉬인은 세계 최대 규모의 패스트패션 브랜드이자 온라인 쇼핑몰로 최근 5년새 매출이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중국 초상증권에 따르면 쉬인의 매출은 2020년 100억달러(약 13조751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380억달러(약 52조2538억원)로 3.8배 늘어났다. 전세계 200여개국에 저가 의류상품들을 수출해 '중국판 유니클로'라 불리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면서 IPO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쉬인이 뉴욕증시 상장을 신청한 2023년부터 미국 정부와 의회는 쉬인에 강제노동 의혹이 있는 중국 신장위구르지역 면화 사용 문제와 중국정부와의 연계 의혹 등을 해명하라며 압박했다. 미 정부는 2021년 제정된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UFLPA)에 따라 신장위구르지역 면화를 사용해 만든 의류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영국에서 상장승인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미국이 IPO 승인을 거절한 이유와 비슷하다. 영국 의회의 비즈니스 및 무역위원회는 지난 1월 쉬인의 런던 상장과 관련한 청문회를 열고 신장위구르지역 면화사용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쉬인 측은 "중국 면화사용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변해 논란을 키웠다.
블룸버그통신은 "쉬인이 500억파운드(약 93조원) 규모 초대형 IPO 대어라고 해도 키어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영국 노동당이 노동보호강화를 선거 공약의 핵심으로 삼은 만큼, 쉬인의 런던증시 상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물가상승이 관건…"가격 경쟁력 여전히 강해"
트럼프 행정부가 시작한 관세전쟁은 쉬인 실적에 단기적으로 악재다.
미국 정부는 4월부터 800달러 이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면제하는 소액면세제도(De Minimis)를 폐지했다. 이후 대(對)중국 관세를 145%까지 올렸다가 5월 상호관세 협상 타결로 30%로 내린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소액면세제도 혜택으로 저가상품 수출을 늘려가던 쉬인은 미국 시장에서 타격을 입었다. 글로벌 앱 시장조사업체인 센서타워에 따르면 3월 초 이후 6월 말까지 미국에서 쉬인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4140만명으로 3개월동안 약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관세전쟁이 의류가격 전반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쉬인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영국 금융회사인 하그브리스랜즈다운의 수잔나 스트리터 시장책임자는 CNBC에 "쉬인, 테무와 같은 저가 브랜드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할 필요도 없고 생산비용도 저렴하다"며 "노동자 인권침해에 대한 서방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의류 물가 전체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낮은 가격에 매료돼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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