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정포럼 세미나
"실효적 탑다운 예산제 확립해야"
새 정부 들어 국정기획위원회를 중심으로 기후에너지부 설립 논의가 진행중인 가운데 실질적인 기후 대응을 위해서는 기후 재정을 재설계하는 동시에 기후 거버넌스를 개편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다. 기후 대응 기금을 신설하는 기후에너지부가 관리하고 기후투자공사를 새로 설립해야 한다는 안이 나왔다.
10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기후재정포럼(이로움재단·녹색전환연구소)이 주관하고 더불어민주당(정태호·김정호 의원)·국민의힘(조은희 의원)·조국혁신당(서왕진·차규근 의원)·진보당(정혜경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기후재정 거버넌스 혁신' 세미나에서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장은 현재의 기후예산으로는 기후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탄소중립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27년까지 약 89조 9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 5년간(2023~2027년) ▲부문별 감축 대책 54조 6000억 원 ▲기후변화 적응대책 19조 4000억 원 ▲녹색산업 성장 6조 5000억 원 순이다.
그러나 2027년까지의 투자 계획은 현 기후대응 관련 각 부처의 사업 예산을 단순 합산한 것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예산 삭감으로 투자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2024년 기준 목표의 19.8%가 미달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사업내역 미공개로 이행 점검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최기원 팀장은 "탄소중립기본계획 내 재정투자 계획을 '기후재정계획'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기본계획 내 연도별 감축목표에 맞춰 부문별 투자계획을 세우고, 재원 조달 계획을 수립해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화석연료 보조금 등 배출 관련 투자 계획은 축소하고 사전에 현재 투자 계획과 투자 부족분 간의 격차를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기원 팀장은 기후 거버넌스 개혁 5대 과제로 ▲전 부처 통합기후정책 체계 구축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실질화 및 국민 참여 강화 ▲기후경제부 신설 및 산업·에너지 전략 전환 ▲전문성·시민참여·데이터 기반 강화 ▲기후재정 혁신과 기후대응기금 확장 등이다.
최기원 팀장은 "기후에너지부 개편을 한다면 여기에 재원이 따라와야 한다"며 "현 기획재정부 소관 기후 대응 기금을 기후에너지부로 옮기고 정책금융을 담당할 기후투자공사를 설립해야 한다"고 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열풍으로 전력 등 에너지소비가 예상보다 폭증하는 상황에서 기후 대응을 위한 기존 예산조차 지키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 기후 관련 정부 조직 개편만으로는 기후 거버넌스 개편이 불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기존 조직이 구조적으로 융합이 되지 못하고 같은 부처 내 각각 다른 국·실 조직으로 '한 지붕 두가족' 체제로 머물 수 있다"며 "일부 정책적 통합이 이루어지더라도 예산이나 조직 규모가 더 큰 다른 부서의 영향을 과도하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를 어떻게 개편하더라도, 결국은 기재부의 지침에 따라 예산을 편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기후 문제는 기존 정부 사업같이 '파이 나누기'가 아니라 모든 부처가 고려해야 할 '전 분야-전 부처' 사업이 돼야 한다"며 "탑다운 예산제(총액배분 자율편성제)를 실효적으로 확립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탄녹위의 권한 강화를 주문했다. 탄녹위가 전부야-전 부처 예산 편성과 집행, 성과 평가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진 토론에서 허경선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아태재정협력센터 센터장은 "정확한 기후예산 규모 산정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적응 비용을 포함해 전체 기후 대응에 필요한 비용을 정확히 추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전체 기후대응 비용에 대한 종합적인 추계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이 중 정부가 부담해야 할 재정 규모 역시 논의된 적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오영민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후 분야 예산 편성의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각 부처 기후 관련 예산을 통합적으로 편성·심의하는 기구나 절차가 부재한 상황을 지적했다. 오영민 교수는 "범부처에 산재한 기후예산을 통합적으로 심의하고 편성해야 한다"며 "예산 배분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전문기구를 탄녹위나 신설될 기후에너지부에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고재경 경기연구원 기후환경실장은 "기재부의 재정 건전성 중심 예산 편성 구조는 기후재정 전략과 실행력을 저해하는 구조적 한계로 작용한다"며 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역 주도 탄소중립이 강조되고 있으나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기준, 재정 지원이 부족하여 실행 역량도 제한된다"고 토로했다. 이는 탄소중립기본계획 재정투자 계획 내 중앙과 지자체 간 연계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진익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국장은 "탑다운 예산제도 확립, 탄녹위 강화, 기후 거버넌스 변화 등의 내용에 대체로 공감한다"며 "기후예산 집행 효과에 대한 정량 분석 역시 확대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기후예산 편성 과정에서 환류 방식을 구체화해야 한다"며 "이행점검과 성과평가, 추후 예산 편성을 위한 지침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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