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8년간 암 환자인 것처럼 꾸며
'올해의 헐링 선수' 등 화려한 커리어 자랑
다양한 사업에 손을 댔지만, 번번이 실패
아일랜드 스포츠계의 영웅이 '거짓 투병'이라는 충격적인 사기극으로 법정에 섰다. 팬들에게 보낸 '콧구멍 충전기' 사진은 팬들에게 많은 아픔을 줬지만, 알고 보니 모두 연출된 연기이자 팬들을 기만한 행위로 드러났다.
지난 4일 더선 등 외신은 헐링계 최고의 스타였던 데니스 조셉 케리(54)가 최근 현지 법원에서 암에 걸린 척 팬들에게 기부금을 받아낸 것 등 사기 혐의 10건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아일랜드 전통 스포츠인 헐링은 막대기와 공을 이용한 구기 종목이다. 한 팀당 15명의 선수로 구성돼 있으며, 막대기로 공을 쳐 상대방의 골문을 넘기면 득점하는 방식이다.
케리는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약 8년간 자신이 암 환자인 것처럼 꾸며 금전 지원을 받았다. 심지어 피해자들에게 콧속에 아이폰 충전기를 꽂고 누워 있는 사진을 보내는 등 연기까지 선보였다. 이 사진은 현재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퍼지며 일종의 '밈(meme)'으로 조롱받기도 했다. 그는 아일랜드의 억만장자 사업가 데니스 오브라이언, 전직 헐링 선수 래리 오고먼 등 유명 인사들에게까지 돈을 받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금액의 정확한 규모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케리는 1988년 데뷔한 후 아일랜드 전통 스포츠인 헐링계에서 최고의 선수로 활약했었다. '올 아일랜드 챔피언십' 5회 우승, 올스타 상 9회 수상, 2000년 '올해의 헐링 선수'까지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한다. '헐링계 마라도나'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의 추락은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그는 2006년 은퇴 후 위생용품 유통과 호텔 납품 등 다양한 사업에 손을 댔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2011년에는 얼라이드 아이리시 은행에 730만 파운드(약 136억 원)를 갚으라는 판결까지 받으며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렸다. 법정에서 케리의 변호인은 "그는 지난해 심장 수술을 받았고 현재 정신 건강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케리는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상태로 알려졌다. 그의 나머지 11건의 혐의에 대해서는 10월 29일에 재판이 이어질 예정이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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