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동네 살고, 같은 일터에서 일하지만 늘 대상 밖
정부 지원서 반복 누락된 재외동포 비자 체류자
광주 고려인들, 이번에도 “그냥 아쉽다”는 말만
이름만 바뀐 제도…배제 방식은 그대로란 지적도
"국적을 받은 사람만 가능하다네요. 고려인들은 안 된다고 했어요."
광주 고려인 마을을 이끄는 신조야 대표는 짧게 말했다. 정부가 발표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에서 재외동포 비자 및 단기 체류 외국인, 다시 말해 국적이 없는 주민들이 배제됐다는 소식을 접한 직후였다. 마을의 분위기를 묻자 그는 "아쉬워하는 정도"라고만 덧붙였다.
10일 광산구 등에 따르면 이번 소비쿠폰 지급 대상은 기본적으로 '내국인'을 기준으로 설계됐다. 예외적으로 내국인과 주민등록표에 함께 등재된 외국인이나, 건강보험 등에 가입된 일부 외국인(영주권자·결혼이민자·난민 인정자)은 포함되지만, 재외동포(F-4) 비자는 해당하지 않는다.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 마을에는 약 4,800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이 중 3,700여명이 재외동포 비자 체류자로 추산된다. 이번 정책에서 다수가 제외되는 셈이다.
전득한 광주 이주민지원센터장은 "광주에 사는 고려인 다수는 지역 산업 현장에서 일하며 세금도 납부하고 있지만, 정작 정책 혜택에서는 반복적으로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지역에 살아가며 공동체를 이루고 있음에도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정책에서 제외되는 일은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훼손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들은 코로나 당시 재난지원금에서도 제외됐고, 지난해 에너지 바우처 등도 대상이 아니었다"며 "제도의 이름은 계속 바뀌지만, 대상에서 배제되는 방식은 똑같다. 기여도는 국민과 다를 바 없는데도 복지에서는 늘 소외된다면, 이는 제도 설계 자체의 구조적 결함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광산구 관계자는 "정부 방침상 재외동포 비자를 가진 고려인들은 지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예외 사례가 있을 수 있어 정부의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오면 최종 지급 대상 여부를 다시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민생회복 소비쿠폰 1차 신청은 오는 21일부터 9월 12일까지 진행된다. 기본 지급액은 15만원이며, 차상위·한부모 가정은 30만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40만원을 받는다. 비수도권 지역에는 3만원, 인구감소지역에는 5만원이 추가된다. 2차 지급은 9월 22일부터 10월 31일까지 소득 하위 90%를 대상으로 10만원이 지급된다. 쿠폰은 지역화폐·카드·선불카드 형태로 제공되며, 사용 기한은 11월 30일까지다.
호남취재본부 송보현 기자 w3t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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