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뒷담화는 인간의 필연적 본능
비판 대상 집착은 인생 낭비일뿐
상처 지워내고 사랑하며 성숙하길
꾸준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책을 내면서 배웠던 깨달음이 있다. 누군가가 나를 미워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청년 시절에만 해도 나는 그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여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세상에 없어야 한다고 믿곤 했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의 존재란,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둘 중 하나는 치명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서른이 넘어가고 글과 책에 대한 여러 반응을 경험하면서, '아, 미움받는 일이란 당연하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생각해보면 과연 인류 역사상 미움받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존재한 적이 없었을 것 같다. 예수나 붓다 같은 성인들조차도 얼마나 많은 이들의 미움을 받았는가. 그런데 감히 나 따위가 미움받지 않을 생각을 했다니, 그야말로 그런 오만도 없었다.
우리가 어떻게 살든, 아무리 착하고 선하게 살고자 애쓰고, 남들에게 미움 한 톨 받지 않기 위해 노력하더라도, 나를 미워하는 사람은 반드시 있다. 이것은 마치 세상에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영원히 박멸할 수 없듯,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다. 아마도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숨만 쉬며 길을 돌아다니며 살아도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저 인간 뭔데 숨만 쉬고 돌아다녀" 하고 말이다.
하물며 '자기표현'을 하는 사람을 미워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말하고, 글을 쓰고, 자기표현을 하며 살아간다면, 세상에는 반드시 우리를 미워할 사람이 생긴다. 만약 매일 표현한다면 매일 생긴다고 봐도 무방하다. 단지 의견이 다른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 사람들은 그를 미워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뒷담화'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인간도 없다. 우리가 타인들과 관계 맺고 살아가고, 타인들의 시야에 들어가며, 타인들에게 무슨 말이라도 하는 순간, 그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반드시 나의 뒷담화를 하고 있다. 심지어 너무 착해도 문제다. "저 인간 착한 척한다"고 욕할 사람도 반드시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간이 나이가 들고 눈가에 주름이 생기는 걸 받아들이듯, 결코 피할 수 없는 인생의 진리 중 하나다.
그런데도 우리는 누구나 연약하여서 타인들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상처받곤 한다. 그럴 때 가장 좋은 생각은 "미워하는 인간이 손해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미워해 봐야, 자기 에너지 들고, 자기 마음 쓰면서, 굳이 애써 대상에 집착하며 증오의 에너지로 인생을 낭비하는 그 인간이 손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나를 미워함으로써 다른 걸 사랑하느라 보낼 수 있는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그러니 이 진실에 기대어 삶을 받아들이면 어떨까 싶다.
그래서 나도 삶에서 목표가 있다면, 남들을 미워하고 증오하는 데 인생을 최대한 덜 허비하는 것이다. 싫은 사람이 있어도, 기왕이면 덜 생각하고, 그냥 인생에서 지워버리는 편이 좋다. 애써 많이 생각해봐야 나만 손해이다. 이 진실을 알게 될 때까지 많은 상처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다 필요한 일들이었다. 누구나 그렇게 상처받으며 어른이 된다. 그러고 나면, 어느덧 괜찮아질 때가 온다. 미워하는 인간이 손해다. 이 아쉬운 삶에서, 조금이라도 더 사랑해야 한다.
정지우 문화평론가·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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