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확장기, 현재까지 IT혁명·대중화기 유사
빅테크서 일반기업, 기업서 국가…AI저변 확대
미·중 AI 주도권 경쟁·韓 경쟁력 유지 변수
"이번 반도체 확장기는 인공지능(AI) 인프라와 기기 수요에 힘입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10일 한국은행은 7월 경제상황평가 내 박스 '반도체 수출 경기사이클, 이번에는 다를까'를 통해 이번 반도체 확장기가 2000년대 초 IT 혁명·대중화 당시와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최근 반도체는 확장기를 지속하면서 우리나라 수출을 지탱하고 있다. 2분기 반도체 수출은 AI 투자 수요가 예상보다 탄탄한 데다 미국 관세 부과와 더블데이터레이트4(DDR4) 단종 전 선수요가 크게 작용하면서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2분기 수출(통관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2.1% 늘며 증가 전환했는데, 반도체가 15.9% 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일각에선 지난 반도체 경기순환의 평균 주기 등을 들며 곧 수축기로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000년 이후 글로벌 반도체 경기와 우리 반도체 수출은 총 6차례의 순환을 거쳤다. 이번을 제외한 5번의 순환기는 대체로 3~4년의 확장·수축 사이클을 나타냈다. 시기별로 차이점도 있는데, IT 인프라에 대한 기업투자 수요로 촉발된 반도체 수출 확장기는 소비자 기기 중심의 확장국면보다 지속 기간이 더 길고 상승 폭도 컸다. 2000년대 초 IT 혁명·대중화기에는 광대역 인터넷망과 같은 인프라 투자에 그치지 않고 휴대폰·노트북 등 IT 기기 수요도 차례로 창출되면서 확장기가 더욱 길어졌다.
보고서는 "과거와 현재 반도체 수출 확장기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이번 확장기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빅테크에서 일반기업으로, 기업에서 국가로 AI 저변이 확대되면서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당분간 높은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소비자용 AI 기기가 최종적인 주력 제품이 될지 미지수이나, 로봇·자율주행차와 같은 새로운 AI 기기가 계속 발굴되면서 반도체에 대한 수요를 견인할 것이라는 평가다. 보고서는 "이러한 반도체 수출 확장기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도체에 대한 수요도 온디바이스AI, 기술의 발달과 함께 점차 다양한 제품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방 위험도 있다. 보고서는 "현재 관세부과 전 선수요로 반도체 수출이 확대된 측면이 있는데, 이는 미래의 수요를 당겨온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관세가 부과된다면 반대의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선수요 대상이었던 DDR4 등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수출이 둔화할 수 있다. 마이크론·CXMT 등 미·중 업체와의 경쟁 심화 역시 리스크 요인이다. 보고서는 "경쟁에서 밀려날 경우 메모리 반도체에서 AI 혁명의 수혜를 우리나라가 아닌 기업이나 국가가 가져갈 수도 있다"며 "실제 과거 IT 혁명·대중화기에도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던 다른 나라 업체들이 도태된 경험이 있다"고 짚었다.
결국 AI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 간 경쟁의 전개 양상, 우리 반도체 산업이 그간 지켜온 경쟁력 유지 여부 등이 변수라는 설명이다. 기본적으로 미국은 기존의 기술적 우위를 지켜나가기 위해 수출통제, 관세 등 수단을 동원해 중국을 견제하고 있지만, 중국은 기술 자립을 통해 미국을 추격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런 급격한 대외여건 변화에 우리 기업이 얼마나 기민하게 대응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검토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전력 수급을 예로 들었다. 전력 수요가 큰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AI 발전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이 예상된다"며 "새로 조성하고 있는 용인 클러스터가 안정적인 전력원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수한 반도체·AI 인재 확보 역시 중요하다. 보고서는 "대학 내 교과과정 확대, 융합연구 활성화 등을 통해 인재 육성을 확대하는 한편, GPU 클러스터 확보와 같은 연구환경 조성과 인재 유출 방지를 위한 정책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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