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에 강경 진압 지시 나서
최근 2주 사이 시위로 50명 목숨 잃어
케냐에서 반정부시위가 점차 격렬해지며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케냐 대통령이 "시위대의 다리를 총으로 쏴라"라며 강경 진압을 명령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연합뉴스는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을 인용해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이 경찰에 상점을 파괴하는 시위대의 다리를 쏴 무력화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루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다른 사람의 재산을 불태우러 가는 사람은 죽이지 말고 다리를 쏴서 병원으로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경찰, 우리 보안 요원, 경찰서를 포함한 보안 시설을 공격하는 사람들은 선전 포고를 하는 동시에 테러를 저지르는 것"이라며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다. 테러에 의해 운영되고 폭력에 의해 통치되는 국가는 있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나라는 조급하고 위헌적인 수단으로 정부를 바꾸려는 일부에 의해 파괴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토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반정부 시위로 인한 사망자가 31명에 이른다는 케냐인권위원회 발표 하루 뒤에 나온 것이다. 인권위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반정부 시위의 강경 진압에 31명이 사망하고 107명이 다쳤으며 약 530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케냐에서는 지난달 25일에도 증세 반대 시위 1주년을 기념한 대규모 시위가 열려 진압 과정에서 최소 19명이 사망하는 등 최근 2주 사이 시위로 5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인권위는 경찰이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무장 갱단과 협력한 정황이 있다며 과잉 진압을 비판했다. 인권위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모든 인권 침해를 강력히 규탄하며 경찰·민간인·기타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모든 책임 주체의 책임 이행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케냐에서는 정부의 세금 인상과 높은 청년 실업, 경찰의 과잉 폭력, 고위 공직자의 부패에 저항한 케냐의 반정부 시위는 최근 몇 년간 점점 격화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케냐에서는 정부의 세금 인상과 높은 청년 실업, 경찰의 과잉 폭력, 고위 공직자의 부패에 저항한 케냐의 반정부 시위는 최근 몇 년간 점점 격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 7일 정부의 부패와 경찰의 가혹행위, 정부 비판자들에 대한 탄압 등에 반대하며 수도 나이로비 등 전역에서 시민들이 대거 시위에 합류했다. 7월 7일은 35년 전인 1990년 케냐에서 다당제 민주주의로 전환을 촉구한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있었던 날이다. 아프리카 스와힐리어로 7·7을 뜻하는 '사바 사바'로 불린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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