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동문 대상 특별강연
기술 내재화·소통 중심 기업문화 강조
"물건을 파는 게 아닌 고객 문제 해결 초점"
AI시대 '인증사업' 중요성↑
자신의 최종 목표는
'아들딸들이 다니고 싶어하는 은행만들기'
한양대학교 출신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동문 기업인들을 만나 성공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카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와 함께 앞으로 기업인이 가져야 할 관점과 기업문화에 대해 말했다.
윤 대표는 9일 서울 성동 모처에서 진행된 한양미래전략포럼에서 '카카오뱅크 성공스토리'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에 나섰다. 한양대 출신 기업인들이 많이 모여 있는 이 자리에서 그는 사업에 필요한 네 가지 조언을 했다. 우선 사업을 할 땐 기술(Tech)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아웃소싱 대신 내재화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윤 대표는 "나에 대한 최고의 복지는 좋은 개발자 옆에 있는 것"이라며 개발자에 대한 대우를 강조했다. 좋은 개발자를 얻기 위해선 그만큼 돈을 많이 써야 하고 아끼려고 하면 오히려 돈이 더 많이 들어간다고도 말했다. 여기에 개발자가 오고 싶어 하는 회사 문화를 만들고 이들이 만들고 싶어 하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두 번째로 물건을 파는 게 아닌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없는 시대가 온 만큼 물건을 팔려고 하면 팔리지 않고, 고객이 갖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기술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카카오뱅크는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전체 1700명 직원 중 800명이 넘는 직원이 기술 인력인데, 금융규제에 맞게 기술력을 발휘할지 고민한다"고 했다. 고객에게 어필하기 위해 문제해결을 고민했고 그 첫 번째 성과가 '공인인증서가 없는 첫 번째 은행이 되자'라는 것이었다고도 밝혔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일해야 하는 만큼 이들을 이해하고 뒷받침하는 기업문화가 중요하다고도 말했다.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가 영어 이름을 쓰고, 대표를 포함한 모든 임직원이 같은 자리에 앉아 업무를 본다며 사내에선 격의 없는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국민이 쓰는 서비스인 만큼 다양한 구성원들의 이야기들을 실질적으로 서비스에 반영하기 위한 문화가 필요하다"며 "20대가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30대가 개발하고 40대가 의사결정을 하면 40대만 만족하는 방안이 나온다"고 말했다. 또 의사결정권자로서 자신은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의사결정을 가장 잘 할 사람을 정하는 일을 한다고 했다.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 애플리케이션(앱) 출시 직전에 홈 화면을 어떻게 할지 네 가지 방안이 올라왔다"며 "그때도 같은 고민을 하면서 직접 디자인한 팀장에게 의사결정을 하도록 했는데, 그게 지금 여러분이 보고 있는 카뱅의 홈 화면"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AI) 자체는 물론 자율주행차·AI 안경 등 관련 장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본인을 인증하는 '인증사업'이 중요해진다고도 했다. 이 같은 미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늘 새로운 것이 나오면 주저하지 않고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사용하려 한다고 했다. 그는 "AI 관련 툴들도 가장 먼저, 많이 써보고 우리 직원들하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 탄생배경과 상품 개발 관련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카카오와 다음이 합병하던 당시 그는 카카오 내 '손들고 이동'이라는 제도를 통해 인터넷은행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사내 부서 이동을 가리키는 말로, 부서를 옮기고 싶은 사람은 해당 부서와 이야기해 니즈가 맞으면 옮길 수 있는 제도다. 그는 "김범수 의장한테 '인터넷은행 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손을 들었는데 같이 할 사람이 없어서 일단 1인 TFT 팀장으로 발령이 됐다"며 "그 이후에 한 명씩 설득해 TFT를 구성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바일 시대 이후 비즈니스를 보면 다른 사업은 잘 가고 있는 게 금융은 너무 낙후돼있었다"며 사업에 뛰어든 이유를 밝혔다. TFT 출범 당시부터 갖고 있던 그의 최종 목표는 '아들딸들이 다니고 싶어하는 은행 만들기'로, 최고경영자(CEO) 10년 차에도 여전히 바뀌지 않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신용평가를 도서 구매 이력을 바탕으로 하는 것을 보고 데이터 공유를 위해 예스24를 주주로 끌어들인 이야기도 나눴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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