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주요 수입국은 중국 아닌 칠레·캐나다
철강·알루미늄처럼 자국내 생산 증대 의도
제조업 수요자 부담 급증...관세 유예 가능성도
비철금속 가운데 유독 구리는 '미스터 코퍼(Mr. Copper)' 또는 '닥터 코퍼(Dr. Copper)'라는 별칭이 붙는다. 구리가 전기, 건설, 자동차, 전자 등 산업 전반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금속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리 수요는 실물 경제의 경기 상황을 민감하게 반영한다. 경기가 좋으면 구리 수요가 늘고 가격이 오르며, 경기가 나쁘면 구리 수요가 줄고 가격이 하락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구리 가격을 보면 세계 경제의 흐름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고 여겨져, 구리를 미스터 코퍼 또는 닥터 코퍼라고 부르는 것이다.
10일 LS증권은 '구리(Copper), 50% 관세의 의미와 영향'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중국 견제보다는 자국 내 생산증대를 유도하기 위해 구리에 높은 관세를 매겼다고 분석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8일 국가별 관세뿐만 아니라 구리에 대해서도 시장 예상치(25%)를 뛰어넘는 50%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구리 관세가 7월말 혹은 8월초에 발효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양대 구리 선물 시장인 미국 뉴욕의 COMEX와 영국 런던의 LME는 바로 반응했다. 이번 발표 직후 COMEX 가격은 13% 급등, LME 가격은 1.2% 하락했다. 이론적으로 COMEX-LME의 가격 차이는 LME 가격에 관세율을 적용한 50%로 확대돼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왜 구리에 이토록 높은 관세율을 적용하려 할까? 구리는 철강, 알루미늄과 함께 대표적으로 미국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다. 미국은 작년 기준 전체 구리 수요(160만톤)의 53%(86만톤)를 순수입했다. 홍성기 LS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전세계 전기동의 50%, 구리 반제품의 70%를 생산하지만 미국의 국가별 구리 수입은 대부분 칠레, 캐나다 등 주변국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의 구리에 대한 관세 부과가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아닌, 실제 국내에서의 생산 증대를 의도한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 알루미늄과 마찬가지로 제조업의 주요 원자재인 구리에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미국 내 구리 생산을 증가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미국은 15년 이상 지역 원주민 반대로 지연되어 온 애리조나 '레졸루션 코퍼 프로젝트(Resolution Copper Project)' 광산 개발 등 구리 증산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미국 대법원은 광산 부지에 대한 레졸루션 코퍼(Resolution Copper)로의 이전을 허용하며, 본격적인 광산 개발 착수의 발판이 마련됐다.
하지만 미국 제조업 곳곳에 있는 실수요자들의 비용 부담 급증으로 인해 관세 적용을 유예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관세 적용이 상당 기간 유예될 경우에는 상반기와 같은 미국으로의 구리 수입이 지속되며 구리 시장의 왜곡이 장기화할 수 있다. 또한 철강, 알루미늄 관세와 유사하게 일부 국가들에 대해 낮은 관세를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조시영 기자 ibp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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