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특수 기대했지만 시장 위축·ODA 한계에 '관망'
2년 전 국토부 발표 6대 재건 프로젝트 대부분 계획단계
대형사도 ‘신중모드’…러시아측 재건사업은 리스크에 외교부담도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이 최근 삼부토건 수사를 계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사업은 한국 기업의 대규모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사업이다. 2년 전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삼부토건을 필두로 여러 기업이 '테마주'로 묶이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정부는 물론 기업들까지 발을 빼는 분위기다. 전쟁 장기화, 위축된 시장 규모, 공적개발원조(ODA) 한계 등 복합적 요인에 기대감이 사라졌다. 건설업계에서는 "지금은 기업들도 기웃거릴 이유조차 희미해졌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인도적 지원 외에는…사업 실종된 재건 프로젝트
2023년 국토교통부는 도시·주거 등 6대 재건 프로젝트를 선정해 우크라이나에 복합도시·주거단지 마스터플랜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다. 원희룡 당시 국토부 장관이 재건협력단을 이끌고 현지에 방문해 우크라이나 정부와 함께 이 사업을 발표했다. 6대 프로젝트는 키이우 교통 마스터플랜, 우만시(市) 스마트시티 마스터플랜, 보리스필 공항 현대화, 부차시(市) 하수처리시설, 카호우카 댐 재건지원, 철도노선 고속화(키이우~폴란드 등) 등이다.
2년이 지난 지금, 실제로 진행 중인 사업은 거의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10일 "현재 인도적 지원 외에 실질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업은 거의 없다"며 "전쟁 장기화로 초기 기대와는 달리 사업 기회가 많지 않다는 판단"이라고 답했다. 교통 마스터플랜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인계됐지만, 나머지 프로젝트 상당수는 계획 수립 단계에 머물러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2023년 재건 수요를 9000억달러(약 1240조원)로 추산했다. 국제연합(UN)은 올해 초 이를 절반 수준인 5240억달러(약 720조원)로 하향 조정했다. 이마저도 러시아 점령지 피해는 제외된 수치다.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에 따르면 점령지 피해액은 전체의 절반 수준이다. 향후 이 지역이 러시아에 편입될 경우 한국 기업의 참여 기회는 더욱 적어진다.
"먹을 게 없다"는 업계… ODA 비중 작고, 미국·EU 주도권 확고
우크라이나는 국제 원조에 기반한 ODA 방식으로 재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자국 기업 참여를 조건으로 원조를 집행하는 구조다. 한국은 ODA 비중이 작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ODA 규모는 39억4300만달러로 주요 32개국 중 13위에 그쳤다. 2026년까지 우크라이나에 투입될 대외경제협력기금(EDCF)도 21억달러 수준이다. 반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수백억달러 규모의 자금 투입을 예고한 상태다. 최근 등장한 미국 주도의 '광물협정 펀드'는 우크라이나 광물 수익의 절반을 펀드화해 재건 재원으로 삼는 방식이다. 이런 새로운 틀에 비하면 한국의 존재감은 제한적이다.
그나마 한국 정부의 가시적인 움직임은 최근 국토부 산하기관 KIND가 우크라이나와 함께 추진 중인 경제혁신파트너십 프로그램(EIPP) 정도다. EIPP는 기획재정부의 ODA 사업 일환이다. 도시개발 노하우를 공유하는 컨설팅 성격의 프로그램이다. 정부 관계자는 "말 그대로 컨설팅 수준일 뿐"이라며 "실제 건설 발주와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과거 기대에 부풀었던 대형 건설사들도 차갑게 식은 분위기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ODA 자체가 작기에 우리가 주도적으로 수주할 환경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대한 것과 달리 먹을 게 없어 보인다"며 신중론을 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점령지 재건 시장이 향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북·러 외교관계와 대러 제재 국면 등을 고려할 때 한국 기업의 직접 참여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