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비상장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약 4000억달러(549조원)의 몸값을 인정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불화설 등 '정치 리스크'를 뛰어넘을 정도로 높은 기대감을 투자업계에서 나타낸 것으로 관측된다.
주식매각 추진 중 기업가치 4000억달러 평가
미국 블룸버그통신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공개매수(tender offer·텐더 오퍼) 방식으로 주식 약 10억달러 상당을 매각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 가치는 4000억달러로 평가됐다.
텐더 오퍼는 초기 투자자 또는 직원이 보유한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이다. 스페이스X 같은 비상장사들은 주식 처분이 어렵기 때문에 이들이 보유한 주식을 회사나 특정 투자자가 일정 가격으로 직접 매입해준다.

지난 5월27일 미국 텍사스주 스타베이스에 있는 스페이스X의 발사대에서 슈퍼 헤비 부스터를 탑재한 차세대 스타십 우주선이 아홉 번째 테스트를 위해 발사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지난해 중순 2100억달러에서 두배 가까이 급등
스페이스X의 기업 가치는 작년 중순 2100억달러에서 같은 해 12월 공개매수를 진행했을 당시 3500억달러로 뛰었고, 또다시 4000억달러까지 수직 상승했다. 이는 미국 상장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상위 20위권에 드는 규모다. 홈디포,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프록터앤드갬블(P&G) 등 유명 상장사들보다도 덩치가 큰 셈이다.
외신은 최근 머스크 CEO를 둘러싼 정치 불확실성에도 스페이스X가 높은 기업가치를 부여받은 배경에 주목했다.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퍼스트 버디'였던 머스크 CEO는 최근 미 의회를 통과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에 포함된 전기차 보조금 삭감 등을 두고 내부 마찰을 빚다가 정부효율부(DOGE)를 떠났다. 그가 제3당인 '아메리카당'을 창당한다고 밝힌 것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터무니없는 일(ridiculous)"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시장선 트럼프 불화·신당 창당 넘어 "미래에 베팅"
블룸버그통신은 빠르게 성장 중인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사업부와 독보적인 재사용 로켓 개발 역량 등 다양한 요인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FT는 "머스크 CEO가 트럼프 대통령과 지난달 공개적으로 대립한 이후 일부 기업에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며 "이번 거래는 투자자들이 정부 계약 손실이나 국유화 가능성 등 리스크를 넘어서 회사의 미래에 베팅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고 짚었다.
한편, 스페이스X는 신주 발행을 통해 외부서도 자금을 조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