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충남 예산의 농협 하나로마트. 매장 안에 들어서니 성인이 두 팔로 한아름 안을 정도의 수박 한 통을 3만2000원에 판매한다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소비자들이 시중에서 많이 접하는 무게 8㎏짜리 수박이 2만원대에 거래되는 점을 고려하면, 50%가량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것이다. 크기와 무게가 평균보다는 더 나가는 상품이었으나 지나가는 쇼핑객들은 "수박이 이렇게 비싸냐"며 수군댔다.

지난 7일 기준 8㎏짜리 수박 한 통 도매가격은 2만4107원
마른 장마 후 이른 폭염…수박 도매가 55%↑
농협 하나로마트를 운영하는 농협유통 관계자는 "폭염이 오기 전 확보한 물량으로 평년 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부족하다"며 "이미 산지를 중심으로 도매가가 크게 뛰었고, 조만간 가격 상승분이 전국으로 확대돼 반영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나로마트뿐 아니라 이마트 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다른 대형마트도 수박 가격 인상으로 비상이 걸렸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장마가 일찍 종료되고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이달 출하 예정이던 수박의 상태가 좋지 않아 정상품 비율이 낮은 상황"이라며 "최근 무더위에 수박을 찾는 수요는 많아서 시세가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수박은 장마가 끝나는 7월 이후부터 가격이 오르는데, 올해는 마른장마와 때 이른 폭염으로 인상 시기가 앞당겨졌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8월 이후까지 늦더위가 이어져 온 최근 추세를 고려하면 수박 수급난이 두 달 넘게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대형마트는 폭염에 대비해 서늘한 고산지에서 수박을 재배하는 농가와 계약하는 등 산지를 확대해왔으나 급등하는 가격을 낮추기에는 한계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년보다 적은 강수량에 무더위가 계속되면 산지에서 출하하는 수박 크기는 더 작아질 수밖에 없다"며 "수급도 어려워 단기간에 시세가 떨어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급난 동지' 상추값 99% 급등
매년 여름 수급난을 겪었던 상추도 가격이 뛰고 있다. 지난 7일 기준 4㎏짜리 청상추 도매가는 3만85원으로 전달보다 두 배 가까이(98.8%) 올랐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는 6.1% 상승한 가격이다. 아직 평년보다는 13.8% 낮은 수준에 거래되고 있으나 폭염에 상품 수확을 위한 제반 비용이 올라 조만간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상추 농가 관계자는 "상추가 생육하기 좋은 온도가 15~20도인데 날씨가 더워지면 잎의 무게와 부피가 줄고, 병충해 등의 여파로 기존 90% 수준이던 수율(양품의 비율)도 50%로 떨어진다"며 "도매 기준인 4㎏을 맞추려면 평년보다 더 많은 양을 채워야 해 인건비가 많이 들고 병충해 예방을 위한 관리비용도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무더위·가뭄 장기화로 가격 상승 지속될 듯
대형마트는 상추 생산량이 많은 충남과 전북 지역뿐 아니라 여름 평균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강원도와 경북 북동부 등 재배 농가를 추가로 확보하고, 폭염에 대비해 물량 공급이 많은 시기 저장해둔 엽채소류를 출하하며 가격 방어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롯데마트는 10일부터 CA(Controlled Atmosphere) 저장 기술로 보관한 남해안과 경남지방 시금치를 2990원(단)에 판매하고, 스마트팜 농가에서 생산한 상추(150g)와 깻잎(30입 내외)을 각각 2490원과 1990원에 내놓는다.
이 같은 대책에도 수급 불안정에 따른 가격 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엽채소류는 무더위에 쉽게 녹아버리거나 타들어 가는 성향이 강해 상추의 경우 하우스 1개 동에서 통상 150박스에 달하던 수확량이 최근에는 20~30박스 수준으로 줄었다"며 "무더위와 가뭄이 길어지면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