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현장 간담회서 쏟아진 민간 목소리
“GPU 못 사는 연구 현장, 활용 못하는 의료데이터…장벽부터 깨자”
"파운데이션 모델은 '엔진'일 뿐입니다. 국민이 체감하고 산업이 쓰는 '차'를 만들어야 진짜 AI 강국입니다."(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
8일 서울 송파구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AI산업계 간담회'에서는 기술, 응용, 규제, 인프라를 가로지르는 업계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류제명 제2차관이 주재한 이번 간담회에는 LG AI연구원, 네이버클라우드, SK텔레콤, KT, 업스테이지, 포티투마루, 퓨리오사AI 등 국내 AI 대표 기업들이 대거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소버린 AI(주권형 AI)'를 화두로 기술 자립을 위한 파운데이션 모델의 연속 투자, AI 모델의 실질적 활용을 위한 AX(AI Transformation, 인공지능 전환) 생태계 확장, 규제·데이터·전력 문제 개선, 중소기업 참여와 글로벌 진출 전략 등을 두고 의견을 쏟아냈다.
임우형 LG AI연구원 상무는 "우리가 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AI 모델을 만드는 게 국내 생태계에 기여하는데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스크래치부터 여러 가지 기술 개발을 직접 해온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기술보다 중요한 건 서비스"라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고, 기업이 실제로 활용하는 AI 생태계로 빨리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임 상무는 특히 "대기업만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생태계 전체가 함께 고민하는 게 중요해지는 시점"이라며 "시도와 실패가 자유롭게 일어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달라"고 덧붙였다.
배순민 KT AI퓨처랩장은 클라우드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해외는 이미 모든 기업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올라가 있어 AI 기업이 바로 적용할 수 있지만, 한국은 데이터 정제부터 직접 뛰어들어야 한다"며 "늦었지만 그만큼 기회도 크다"고 했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파운데이션 모델은 AI의 '엔진'일 뿐, 그 엔진을 가지고 승용차도 만들고 버스도 만들어야 한다"며 "AI 모델을 다양한 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는 AX 생태계가 동시에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한주 네이버클라우드 디지털헬스케어랩장은 규제와 제도, 인프라 측면에서 AI 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짚었다. 그는 "AI 기본법에는 '선시행 후규제' 원칙이 빠져 있어 실험이 막히고, 데이터센터 전력 규제와 인허가 불확실성 때문에 GPU 증설조차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하려 해도 미국은 비식별 처리만 되면 가능한 반면, 한국은 0.1%라도 재식별 가능성이 있으면 막힌다"며 "기준 없는 위험회피 규제가 산업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류제명 차관은 "AI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고, '진짜 성장'을 이끄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만큼, 새롭게 출발한 정부에서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면서, "현장의 목소리가 국정과제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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