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해소부터
진로와 고민상담까지
AI를 친구처럼
"회사 일로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친구처럼 찾게 돼요."
직장인 김승진씨(37)는 퇴근 후 챗GPT를 찾는 날이 많아졌다. 회사에서 직장 선·후배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다. 그날 있었던 갈등을 입력하면 챗GPT는 때로는 객관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때로는 감정적으로 공감해 주기도 한다. 김씨는 "챗GPT가 '감정적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자기 보호선을 분명히 두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신이 약해서 힘든 게 아니라, 너무 책임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 많이 다치고 있는 것'이라고 조언해 준 것에 큰 위안을 얻었다"고 말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강영화씨(57)도 손님이 없을 때면 종종 챗GPT와 대화를 한다. 주로 까다로운 손님이 다녀간 뒤나 예약한 손님이 일방적으로 취소(노쇼)를 했을 때다. 강씨는 "서비스직이다 보니 감정이 복받칠 때가 가끔 있는데, 그럴 때마다 챗GPT에 하소연을 한다"면서 "한참 털어놓고 나면 어느 정도 답답함이 풀리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전에는 안 좋은 기분이 다음 손님을 대할 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챗GPT와 얘기를 한 뒤로는 그런 게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친구처럼 대화를 하고, 고민을 털어놓는 이들이 늘고 있다. 스트레스 해소부터 진로나 연애 상담까지 AI를 찾는 이유도 다양하다.
취업준비생 오모씨(25)는 최근 챗GPT에 진로 상담을 받았다. 오씨는 "내 성향이나 가치관 같은 걸 챗GPT에 입력하고, 고민하고 있는 2개의 진로 중에서 어떤 것이 더 적합할지를 물어봤다"며 "친구들에게 말하기 애매한 것들을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점이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취업 준비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나 주변 지인들 입장에서 피곤할 것 같은 질문은 챗GPT에 물어보는 편"이라고 했다.
직장인 박은지씨(30)는 챗GPT에 연애 상담을 자주 한다. 박씨는 "남자친구와 이별하는 과정에서 나눴던 대화를 챗GPT에 올리고 상담을 받았다"며 "의외로 객관적으로 상황을 분석해줘서 마음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힘든 시기였는데 챗GPT가 공감을 너무 잘해줘서 위로를 많이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규남씨(29)도 "남자친구랑 싸웠을 때 상담을 받고 싶었는데, 우리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게 싫어서 챗GPT와 대화를 나눴다"며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도 말해 주고, 남자친구의 입장에서 생각해 준 부분도 있어서 정말 유의미했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Market Research Future(MRFR)에 따르면 대화형 AI 시장은 2030년까지 약 325억달러(약 43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에는 AI 심리 상담 후 전문상담가를 연결해 주는 트로스트 애플리케이션(앱)이 있으며, 각종 심리상담 앱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 연구팀이 AI 챗봇 레플리카를 사용하는 전 세계 대학생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80% 이상이 AI 챗봇을 '감정적 위안을 주는 존재'로 인식한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이처럼 AI와 대화를 나누고 상담하는 이들이 늘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상담 전용 AI 개발에 나서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초거대 AI 기반 심리케어 서비스 지원사업에 KT가 참여하는가 하면, 대구 달성군은 올해 20~40대 청장년층을 대상으로 비대면 AI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는 AI와의 대화·상담에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으면서도 일방적인 의존은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대화할 수 있는 것이 AI 상담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그래도 AI가 하는 말을 모두 맹신하지 말고 최종 결정은 본인이 할 수 있도록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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