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與 독주에 무기력한 野
다당제 기반 정당 정치 개혁을
늘 협치를 말한다. 협치는 독선, 일방주의, 패권에 대비되는 정국 운영으로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한다. 소모적 정쟁과 국정 파행의 대안 방향으로 강조되기도 했다. 되풀이되는 협치 담론은 협치의 필요성과 협치의 부재 현실을 동시에 말해준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공존과 통합의 가치 위에 소통과 대화를 복원하고, 양보하고 타협하는 정치를 되살리겠다"며 협치 의지를 담았다. 취임 이후에도 국회의 각 정당 대표단과 연이어 오찬을 하며 협력을 부탁하고 협치 의지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 물론 적대적 진영 대결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구호만으로 협치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로서는 야당이 협치를 견인할 동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여당의 포용과 양보에 달려 있다. 집권에 성공한 여당이 국회 권력도 압도적 우위로 장악하고 있다. 야당은 국회에서 소수 세력일 뿐만 아니라, 여당에 대한 견제 여론을 담아내는 역할을 하기도 어렵다. 국민 지지도가 소수 의석 수준보다도 더 추락해 있다.
민주화 이후 우리 정치에서는 여소야대 정국일 때 의회정치가 활성화됐었다. 때로 협치로 이어지고 때로는 강한 충돌과 탄핵으로 귀결되기도 했다. 알다시피 지난 윤석열 정부 때도 여소야대의 분점 권력 구조였다. 분점 상태에서, 협력과 공존이 아니라, 야당의 의회 독주와 대통령의 거부권이 충돌하는 파행 정국을 만들었다. 대통령의 황당한 비상계엄으로 자멸하면서 정권이 교체됐다.
현재 우리의 정당 체제는 한때 일본의 자민당 독주체제를 두고 규정했던 1.5당 체제와 다름없다. 정권과 여당이 독주할 경우 제동을 걸 제도적 장치가 없다. 국민 감시와 비판 여론이 마지막 보루다. 일상적으로는 야당과 언론이 견제와 비판 기능을 매개한다. 그런데 국민 신뢰를 잃은 야당은 오히려 정권의 반사적 바람막이가 되고 있다. 현재로선 협치, 또는 통합의 정국 운영이 집권 세력의 선택에 달려 있다.
민주당에서는 여전히 야당 국민의힘을 향해 내란 세력 프레임으로 규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협력의 대상이 아니라 타도의 대상이다. 야당과의 협치 의사를 피력하는 대통령도 타협과 야합은 다르다고 전제한다. 협의가 안 되더라도 국민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힘으로 밀어붙일 수도 있다'고 했다.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여기에 주관적 선악의 정치 프레임이 개입하면 협치는 장식용 구호에 불과하게 된다.
극한 대결 구도에서도 오히려 야합은 소리 없이 이뤄진다. 정치권의 기득권에 대한 개혁이 될 수밖에 없는 정치개혁이 그들의 합의로 좌절되거나 왜곡되는 경우들을 드물지 않게 보았을 것이다. 야합에 대한 경계보다 야합의 협치가 더 용이했던 셈이다.
협치 구호보다는 실질적인 민주주의 전략이 필요하다. 구조적 협치 동인이 없는 1.5당 체제에서는 집권 세력 내부에서라도 다양성이 작동하는 민주주의 동력이 살아나야 한다. 일원주의적 경향으로 비판받았던 민주당이 집권 이후 바뀔 수 있을지 관건이다. 일극 체제의 핵이었던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이 여전히 한 가운데 있다. 정당 내부의 민주적 역동성이 살아날 때 정당민주주의는 지속될 수 있다.
민주주의 공론장을 오히려 가로막고 있는 정당정치의 개혁이 근원적 과제다. 당장은 비판 여론을 매개하기는커녕 오히려 가로막고 있는 야당 정치의 개혁이 시급하다. 1.5당 체제로는 정당정치를 통한 민주주의를 기대하기 어렵다. 다원적이고 다당제적인 정당정치가 정당민주주의에 부합한다. 그러나 정당이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면, 민주주의 전략은 정당정치를 넘어 설계되어야 한다.
김만흠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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