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서한 보낸 美…日관세율 1%P 인상
이시바 총리 기자회견서 유감 표명
여당 "편지 1장 통고, 동맹국에 예의 아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8일 자국에 대한 미국의 25% 상호관세 부과 방침 발표에 "매우 유감스럽다"며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합의를 위한 협상을 지속할 것임을 밝혔다.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물가 등으로 자국 민심이 어지러운 가운데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뜻이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에서 취재진을 상대로 "일본 정부로서는 안이한 타협은 피할 것"이라며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지켜야 할 것은 지키는 것으로 전력을 다해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8월 1일이라는 새로운 기한을 향해 국익을 지키면서 양국의 이익이 되는 합의를 목표로 협상을 할 것"이라며 "국내 산업, 고용 등에 미치는 영향 완화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참의원 선거 기간에 내놓은 이시바 총리의 최근 발언과 유사한 기조다. 그는 지난 6일 NHK의 당수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동맹국이라도 할 말은 해야 한다"며 "안이하게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오는 20일 참의원 선거 투표를 앞두고 쌀값 등 물가 급등으로 민심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시바 총리가 당분간 미국에 큰 폭의 양보를 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메시지는 더 강경하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이날 열린 당 회의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며 "편지 1장으로 통고하는 것은 동맹국에 매우 예의 없는 행위로, 강한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시간이 있다"며 "(정부가) 확실히 협상을 진전시켜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총리관저에서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한 종합대책본부 회의도 열었다. 그는 회의에서 "일본의 대응에 따라 내용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며 새로운 협상 기간은 8월 1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본에 대한 상호관세가 원래의 24%에서 25%로 오른 데 대해서는 "정말 유감"이라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 한국과 일본 등 14개국에 25∼40%의 국가별 상호관세를 적시한 '관세 서한'을 보내 이를 8월 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날 공개된 일본에 대한 상호관세율은 25%로, 당초의 24%보다 1%포인트 높아졌지만, 한국은 25%로 종전과 동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부터 협상 마감 시한을 앞두고 일본에 "버릇이 없다", "상호 관세에 30%, 35%를 부과할 수 있다"는 등 압박성 발언을 이어왔다.
일본 엔화는 관세 관련 불확실성으로 인해 약세를 보였다. 달러·엔 환율은 이날 146.44엔까지 상승하며 지난달 24일 수준을 회복했다. 지난 1일 142엔대에 비해 엔화 가치가 크게 낮아진 셈이다. 이 같은 약세 배경으로는 일본은행(BOJ)의 긴축 기대감 약화가 꼽혔다. BOJ가 7월 31일 발표하는 분기 보고서에서 매파적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약화된 데 따른 것이라고 미국 로이터통신은 짚었다.
이시다 다케시 간사이미라이은행 전략가는 "새 시한이 8월 1일로 정해진다면 BOJ는 7월 보고서에서 많은 말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시장에서는 단기 금리 인상 기대가 후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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