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 전철은 모두에게 고통이다. 자리가 나면 앉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만원 전철에서 앉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일본의 유명 물리학자도 100년 전 비슷한 고민을 했고 현장조사를 거쳐 자신만의 법칙을 만들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7일 '생활 속 과학' 코너에서 "힘든 만원 열차에서도 앉을 수 있을까? 물리학자가 짜낸 필승법"이라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천재(지변)는 잊힐 무렵에 찾아온다"는 명언으로 알려진 데라다 토라히코(1878~1935)는 일상과 물리학을 연결하는 주옥같은 수필을 다수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1922년에 발표한 수필 '전차의 혼잡에 대하여'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만원 전철에서 손잡이를 붙잡고, 밀리고, 찔리고, 치이며, 거의 참기 힘든 가혹한 시련이다."

데라다는 전차의 혼잡이 주기적으로 혼잡도가 높았다가 낮았다를 반복하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차는 시발역을 떠나면서 점점 지연이 생기기 시작한다. 역에 도착하는 시간이 늦어질수록 탑승 인원이 많아지고, 출발까지 시간이 더 걸려 혼잡은 가중된다. 데라다는 수식을 활용해 평균적으로 3~4대마다 심각한 만원 전철이 발생하고, 그에 뒤따르는 2~3대는 비교적 한산해진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리곤 도쿄 진보초 정류장에서 노면 전차의 혼잡 상황과 도착 간격을 조사해 자신의 가설이 어느 정도 정확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른다. "만원 차량은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고, 한발 물러서서 한산한 차량을 타는 편이 자기 자신뿐 아니라 타인을 위해서도 편리하며, '효율적인' 행위로 보인다."
현대의 물리학자도 만원 전철에서 앉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과거에 왕복 4시간의 만원 전철 출퇴근을 했던 하시모토 코지 교토대 교수는 그 요령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핵심은 내리는 사람을 잘 파악하는 것입니다." 하시모토 교수는 플랫폼 끝에 서서, 역으로 들어오는 전철을 처음부터 끝까지 세심하게 관찰했다. 혼잡한 차량이 확인되면 왜 그 차량이 붐비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시발역부터 종점까지 실제로 탑승해 보았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빈자리를 예측할 수 있었다고 한다.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회사원 등의 하차 역을 파악
-다른 노선이나 급행 열차와 연결되는 환승 열차를 확인
이러한 정보들을 통해 빈자리를 예측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시모토 교수는 "물리학은 일상생활과 동떨어진 것처럼 여겨지기 쉽지만, 데라다의 수필처럼 사람의 움직임을 명확하게 법칙화하고, 응용해 자신도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