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CEO "우주 시장 선도할 여러 조건 두루 갖춘 국가"
이종호 이사회 의장 "한국에서 당신의 꿈을 펼치고, 전성기도 만들자" 제의
스페인의 민간 우주항공 기업 '제로투인피니티(Zero 2 Infinity)'가 한국에 진출했다. 제로투인피니티의 첫 해외 진출이 한국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제로투인피니티코리아는 풍선을 타고 32㎞ 이상의 고고도에서의 우주 관광과 반려동물의 우주 장례 서비스 등을 추진하고, 나아가 지구저궤도에 위성도 쏘아 올릴 계획이다.
세계적인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잘 나가는 기업 제로투인피니티가 한국보다 기술이나 인적 자원, 자본 등 우주산업이 월등히 발전한 유럽의 국가나 미국 등 주요 우주 강국을 제쳐두고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호세 마리아노 로페즈 우르디알레스 제로투인피니티 최고경영자(CEO)는 8일 "한국에는 수천만 달러들 들여 우주 관광을 다녀온 사람이 있을 정도로 이미 시장이 성숙했다"면서 "한국은 우주 시장을 선도할 여러 조건을 두루 갖춘 국가"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고학력 인력을 배출할 많은 교육기관이 있고, 자동차 산업이 발달해 원하는 비행체를 만들기에 적합한 국가"라고도 했다. 우주산업 후발 주자로 기술적 측면에서는 뒤떨어질 수 있으나, 인재와 자본이 뒷받침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한 국가라는 의미다.
호세 CEO가 한국 진출을 결정하게 된 계기는 이종호 제로투인피니티코리아 이사회 의장의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 예정에도 없던 한국 지사를 설립하게 된 것은 이 의장의 적극적인 설득 덕분이다.
이 의장은 지난해 우주에서 반려동물의 장례를 치르는 '별(byul)'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세계의 유명 우주기업 30여 곳에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답신이 온 곳은 단 한 곳. 제로투인피니티였고, 호세 CEO가 직접 답장을 보냈다.
그 후 수십여 차례에 걸쳐 이메일을 주고받았고, 줌으로 통화하면서 신뢰를 쌓아 친구처럼 지내게 됐다. 이 의장은 "처음에는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지불하는 쪽으로만 생각했었다"면서 "그런데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호세 CEO의 우주산업에 대한 열정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알고, 한국에서 당신의 꿈을 펼쳐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의하게 됐다고 했다.
스페인에 대한 애국심이 강한 호세 CEO는 스페인을 떠나는 것을 꺼렸으나, "한국에서 제로투인피니티의 전성기를 함께 만들어보자"는 이 의장의 설득에 마음이 기울었고, 한국 지사 설립은 급물살을 탔다. 이 의장은 "한국에서도 제로투인피니티의 기술을 받아들이면 우주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호세 CEO도 흔쾌히 이에 동의했다"면서 "제로투인피니티의 발전은 물론, 한국과 스페인 양국의 우주산업 발전에 대해서도 충분히 논의했다"고 말했다.
한국 법인의 대표이사도 호세 CEO가 맡았다. 우주 관광과 반려동물 장례서비스에서 그치지 않고, 한국에서도 풍선 우주선으로 위성을 쏘아 올리는 것이 최종 목표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제로투인피니티는 우주항공 엔지니어 출신인 호세 CEO가 2009년 스페인 남부 그레나다에서 창업했고, 본사는 바르셀로나에 있다. 천체물리학자인 아버지와 함께 헬륨 풍선을 띄우면서 성층권 풍선 여행을 구상하게 됐고, 이를 사업화해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2012년 로봇을 탑재하고 고도 32㎞에 도달했고, 2017년에는 풍선과 로켓을 결합한 시제품으로 고도 40㎞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고고도까지 인공위성을 싣고 올라가 지구저궤도에 뿌릴 수 있는 초기 기술도 확보했다.
제로투인피니티코리아는 풍선을 이용해 30㎞ 이상의 고고도에 2시간에 걸쳐 올라가 3시간 동안 지구와 우주 풍경을 감상하는 총 5시간가량의 우주 관광 비용은 1억6000만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당장은 기술적 측면에서 검증이 안 된 만큼 한국에서의 첫 우주 관광 시점은 2년 뒤로 잡고 있다. 호세 CEO는 "고도 30㎞ 이상의 고고도 유인 비행의 상용화는 자금 조달이 원활하다고 가정했을 때 2년 안에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호세 CEO의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한국은 풍선을 이용한 우주 관광을 시작한 첫 국가가 된다. 이 의장은 "반려동물의 우주 장례 서비스를 먼저 도입해 기술을 축적한 뒤 고고도 우주 관광을 시도할 계획"이라면서 "그동안 우주항공청과 협의해 한국에서 풍선 우주선을 띄워 올릴 기지와 공장 등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세 CEO는 "첫 사업이 비록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이지만, 우주 관광 사업에 이어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지구저궤도에 위성을 배달하는 사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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