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비용혜택에 기술집약산업 수혜 전망
금융 규제 완화에 은행주 배당 확대 화답
M7 주도주 귀환도 관전 포인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대규모 감세·지출 삭감 법안(OBBBA)이 연방 의회 문턱을 넘으면서 관련 업종들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를 수반하는 후폭풍이 예고되지만 비용 공제 혜택, 국방 지출 확대 등의 조항은 관련 기업과 주가에 훈풍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반기 서학개미들이 주목해야 할 수혜 업종은 무엇일까.
'ABCDEF'(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뜬다
이번 트럼프 감세안에서 비중이 많이 늘어난 부분은 기업들에 대한 각종 비용공제 혜택이다. 법인세·소득세 감세 영구화를 비롯해 연구개발(R&D) 비용 즉시 공제, 100% 보너스 감가상각 등이 담겼다. '보너스 감가상각'이란 기업이 구입한 자산을 수년에 걸쳐 감가상각하는 방법 대신, 구매한 해에 전액 비용 처리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예상 수혜 업종으로는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 비중이 높은 반도체·인공지능(AI) 서버·바이오·산업 자동화 등이 거론된다. 세제 인센티브를 바탕으로 현금 흐름이 개선되면 신규 팹(Fab·반도체 공장)이나 연구센터의 착공을 앞당겨 수익 실현까지의 소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25%에서 35%로 상향된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에 대한 세액공제는 리쇼어링(국내 복귀) 추세에 탄력을 불어넣음으로써 현지 반도체 공급망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트럼프 1기 국면에도 이러한 감가상각 혜택이 컸었는데 실제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벤치마크 대비 강세를 보였다"며 "당시 보너스 감가상각 정책에 따른 혜택을 누린 업종 중 설비투자(CAPEX) 비중이 높은 부문은 운송, 자본재, 유틸리티, 통신, 미디어·엔터 순"이라고 설명했다. 대표 수혜주로는 로크웰, UPS, 페덱스 등을 지목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지출 증가 및 규제 완화 기대감이 높고, 산업의 성장 여력이 높은 업체를 선별해야 한다"며 캐터필라(중장비), 로크웰(산업 자동화), AEP(전력 유틸리티), 팔로알토(사이버 보안)를 수혜주로 선정했다. 차세대 미사일 방어망 '골든돔' 구축을 비롯해 무려 1조달러(약 1364조원)까지 증액된 미국 국방 예산도 방산주 투자심리 개선에 기여할 전망이다.
규제 완화에 화답…금융주 배당 매력 '업'
금융 규제 완화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안 시행 이후 가장 빠르게 추진될 정책으로 꼽힌다. 미국 경제의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금리 안정화를 위해선 금융 규제 완화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자본 건전성 평가(스트레스 테스트) 기준이 완화되면서 이를 통과한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시티그룹,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등 대형 은행들은 이달 들어 잇따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박경민 DB증권 연구원은 "이번 테스트에서 미국 은행들의 자본 적정성이 제고된 만큼 하반기까지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증가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금융권 자본 규제 완화도 주주환원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JP모건과 모건스탠리가 각각 500억달러, 2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승인했으며, 골드만삭스 역시 종전 주당 3달러 수준이었던 배당금을 4달러로 대폭 상향하는 등 금융 규제 완화 기조에 화답하고 있다.
금융권 규제 완화 기조 속에 스테이블 코인 규제 법안(Genius Act)까지 미 의회 통과를 앞두면서 서클, 로빈후드 등 관련주들도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특히 로빈후드는 유럽 사용자를 대상으로 'M7'(매그니피센트 7)을 비롯한 약 200개 이상의 미국 주식과 상장지수 펀드(ETF)를 거래할 수 있는 토큰을 출시한 데 이어 오픈AI와 스페이스X 등 비상장 주식까지 토큰을 통해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발언하면서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로빈후드가 가상화폐 기반의 온체인 금융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목표를 향해 가는 중"이라며 "달러 기반의 전통 오프체인 금융시장과 온체인 금융시장이 스테이블 코인으로 연결되면, 온체인 금융시장의 접근성이 좋아져 오프체인 금융시장의 투자금이 스테이블 코인 환전을 매개로 온체인 금융시장에서 투자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밖에 신생아에게 1000달러를 지급하는 OBBBA의 '트럼프 계좌' 역시 로빈후드엔 신규 고객 확보의 모멘텀이 될 전망이다.
M7의 귀환…美 증시 최고치 경신 행진 이어갈까
지난해 미국 증시의 기록적인 랠리를 주도했던 'M7'(매그니피센트7)의 복귀도 주목할만한 포인트다. 최근 미국 증시의 전고점 회복에 일등 공신 역할을 한 M7은 과거 트럼프 1기 시절에도 감세 정책 기대감에 힘입어 가장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린 바 있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견조한 실적에 감세와 금리 인하 모멘텀이 더해질 경우 주가 상승에 훈풍으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M7 업체들의 주가는 4월 초 폭락장 당시 저점에서 20% 이상의 주가 반등을 시현한 상태"라며 "통상적으로 주식시장이 폭락을 겪은 이후 주도주가 교체된다는 게 정설로 알려졌지만, M7 내에서도 AI 관련 기업은 기존의 주도주 지위를 누릴 것"으로 내다봤다. 테슬라, 애플 등은 트럼프·관세 리스크가 노이즈로 작용하고 있지만, AI주들은 미·중 패권 경쟁 측면에서 수혜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미국 증시가 전 고점을 돌파하며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감세안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역사적으로 미국에서 통과된 7번의 감세안은 모두 증시 상승세로 이어졌지만, 단기적으로 변동성 확대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재정 적자 우려가 높아질 가능성은 직관적으로 보이지만, 해결 방안들로 제시된 것들의 효과는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며 "부채 한도 협상을 앞둔 시점에서 관련 불안은 재정 금리 상방 압력을 토대로 증시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이번 감세안 통과가 장기적으로는 증시와 산업에 수혜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단기적 관점에서는 변동성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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