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 받은 14개국 6개가 동남아
中 우회 공급망 압박 전략 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관세 서한을 발송한 14개국은 일본과 한국을 제외하면 미국과의 무역 비중이 작고 대부분 동남아시아에 집중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무역 적자 규모보다는 중국의 우회 공급망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는 국가들을 선제적으로 압박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관세 대상국으로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카자흐스탄, 라오스, 미얀마,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세르비아,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튀니지, 태국 등 14개국을 지목했다. 미국과 무역협정을 맺은 영국, 중국, 베트남 그리고 협상 중인 유럽연합(EU) 등은 이번 조치에서 제외됐다.
첫 타자로 지목된 14개국 중 주요 무역국은 일본과 한국뿐으로 두 나라를 제외하면 대부분 미국과의 무역 비중이 1% 미만으로 미미하다.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약한 국가들부터 압박해 관세 모델을 정립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가운데 미국 전체 수입의 약 4%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는 일본과 한국뿐"이라며 "태국(1.9%), 말레이시아(1.6%)는 그보다 낮으며 방글라데시와 인도네시아 등 나머지는 모두 1% 미만"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애초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상호관세 부과 기준과 상충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막대한 적자를 일으키고 있는 국가에 공정한 관세를 매기겠다"며 부과 기준을 설명한 바 있다.
미국이 지정학적 영향력 확대나 중국과의 공급망 경쟁 차원에서 이들 국가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란 해석이 나온다. 이번에 서한을 받은 14개국 가운데 일본과 한국을 제외한 6개국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소속이다. 이 중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는 중국산 제품이 고율 관세를 회피해 미국으로 우회 수출되는 주요 경유지로 지목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이들 국가에서 간단한 조립 또는 라벨 변경을 통해 '비(非)중국산'으로 둔갑시킨 뒤 미국으로 수출하는 '우회 공급망 허브'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5월 기준 중국의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43% 급감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전체 수출은 4.8% 증가했으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으로의 수출은 15%, EU로는 12% 증가했다. 이는 미국이 우려한 대로 중국이 동남아를 통한 우회 수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중국 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전쟁의 일환으로 구축한 관세 장벽을 피하기 위해, 동남아 경유 물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며 동남아 국가들이 '관세 회피 경유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해당국이 보복 관세를 부과하거나 제3국을 경유해 우회 수출을 시도할 경우 관세율을 더욱 인상하겠다"고 경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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