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진영 간 역사 인식 차이 극명해"
"과거 둘러싼 평가-해석…韓사회 양분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 건립을 두고 보수와 진보 진영 간의 찬반 목소리가 극명하게 갈리는 가운데 일본 언론에서도 이를 집중조명했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7일 "한국에서 박 전 대통령 동상 철거를 요구하는 반대하는 운동이 격렬히 전개되면서 보수와 진보 진영 간의 역사 인식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시 경북도청 앞에는 지난해 12월 완공된 동상이 서 있다. 이 동상을 세운 김형기 경북대 명예교수는 마이니치 신문에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초석을 닦은 지도자인데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그 업적을 후세에 알리기 위한 상징적 의미로 동상을 건립했다"고 밝혔다.
마이니치 신문은 박 전 대통령이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를 통해 일본으로부터 5억 달러의 경제 협력 자금을 끌어냈으며, 이를 바탕으로 수출 중심의 공업화를 추진해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끌어 낸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1961년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장기 독재를 이어갔으며 민주화 운동을 가혹하게 탄압한 전력으로 지금까지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고 평했다.
김 교수는 북한과의 대치 속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통치기에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정희는 5000년 가난을 끝낸 한국의 '백두대간'"이라고 평가했다. 이번에 세워진 동상은 임진왜란 당시 활약한 이순신 장군 동상보다 약간 더 높게 제작되어 상징적인 의미를 더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크게 들린다. 엄창옥 경북대 명예교수는 마이니치에 "일제 만주군 장교 출신으로 일본과 결탁한 친일파가 어떻게 백두대간이 될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일제 강점기 일본에 협력했고 민주화를 탄압한 독재자"라며 "그의 동상을 지금 시대에 세우는 것은 시대정신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엄 씨는 자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백두대간'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꼽았다. 김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정권의 탄압 속에서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고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엄 교수는 "김대중 대통령은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을 계승했고, 민주주의를 회복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마이니치는 박 전 대통령이 만주국 군관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괴뢰국인 만주국에서 군 장교로 복무한 이력을 언급하면서 "'친일파' 논란의 핵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한국에는 최소 60여 개의 전직 대통령 동상이 존재하는데 이 중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은 총 16개로 가장 많다"고 전했다.
한국의 역사 인식의 차이는 지역감정과도 얽혀 있다고 마이니치는 짚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세가 강한 경북·대구 등 영남 지역과,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광주·전남 등 호남 지역은 여전히 정치적, 정서적으로 대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박정희 정권하에서 체결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자 일제 식민 지배가 종식된 지 80주년이 되는 해다. 마이니치는 "과거를 둘러싼 평가와 해석은 여전히 한국 사회를 양분하고 있다"면서 "(박 전 대통령은) '영웅인가, 독재자인가'라는 질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뜨거운 논쟁거리"라고 덧붙였다.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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