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가 2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대규모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쇼크' 수준의 영업이익을 공개한 직후 내놓은 조치로, 주가 하방을 방어하고 주주 신뢰를 유지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8일 공시를 통해 기존에 완료한 1·2차 자사주 매입(총 6조1000억원)에 더해, 오는 10월까지 약 3조9000억원 규모의 3차 매입을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합산하면 총 10조원 규모다. 이 중에서 약 8조4000억원은 소각을 통해 직접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사용하고, 약 1조6000억원은 임직원 보상 등 내부 인센티브로 활용한다. 자사주 소각은 유통 주식 수를 줄여 남은 주주의 지분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어, 배당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환원 수단으로 평가된다.
1차 매입은 약 3조500억원 규모로 이미 완료됐고, 지난 2월 전량 소각까지 마무리됐다. 이어 2차 매입도 3조400억원 규모로 매입이 끝난 상태다. 이 가운데 2조5400억원은 향후 소각할 예정이며, 5000억원은 임직원에게 주식보상 형태로 지급된다. 보상용 자사주는 핵심 인력 인센티브, 임원 장기성과보상 등으로 쓰이며, 대부분 일정 기간 매도 제한이 걸려 실제 시장 유통량에는 즉각 영향을 주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3차 자사주 매입도 단행한다. 9일부터 10월 8일까지 약 3조9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장내에서 매입할 예정이며, 이 중 2조8000억원은 소각, 1조1000억원은 임직원 성과보상에 쓸 계획이다. 전체 10조원 중 8조4000억원이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며, 실제로는 절반 이상이 이미 소각됐거나 곧 소각 절차에 들어간다.
이처럼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결합한 방식은 실적 부진으로 위축된 투자심리에 대응하고, 장기적으로 주가 흐름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한다. 특히 인공지능 반도체 경쟁, 대중국 수출 규제 등 대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주주환원 정책을 흔들림 없이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기관 투자자뿐 아니라 개인 주주들에게도 신뢰를 주는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시장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단기 실적 부진에도 자사주 소각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밝힌 것은 일관된 환원 정책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향후 수익성 회복이 본격화될 경우 이번 조치의 효과는 더욱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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