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에도 징병면제 됐던 초정통파 유대교인
이스라엘, 국민 반감 커지자 징집 통보로 전환
하레디 종교정당, 반발하며 연정 탈퇴 압박
이스라엘 당국이 전시 상황에도 징집하지 않았던 초정통파 유대교인(하레디)들에게 징집통지서를 전달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레디 남성들의 병역의무 회피에 대한 국민 반감이 커진데다 병력부족도 심각해 이번 징집을 추진하고 있지만, 하레디 종교정당들은 징집이 강제되면 연정을 떠나겠다고 압박하고 있어 이스라엘 내각 붕괴 위험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스라엘군 "하레디 남성 5만4000명에 징병통지"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지난 6일(현지시간)부터 하레디 남성 중 병역대상자 5만4000명에게 징집통지서를 발송하기로 했다. IDF는 "이달 중 여러 단계를 거쳐 통지서를 배포할 예정"이라며 "전투 및 최전선 지원 인력의 필요성이 증가했다. 모든 계층의 징집기피자와 탈영병에 대한 처벌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레디 남성들은 그동안 병역면제 혜택에 따라 징집되지 않았다. 하레디는 유대교 경전인 토라에 따라 엄격한 종교 공동체 생활을 하는 유대교 극정통파(Ultra-Orthodox) 교인들을 뜻한다. 이들은 경전에 적힌 복장과 생활양식대로 하얀 셔츠와 검은 정장, 검은 챙모자를 쓰고 다니며 수염과 옆머리도 길게 기른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독일의 유대인 학살로 말살될 뻔한 유대 민족문화와 학문을 지키는 집단이란 이유로 병역과 세금을 면제받아왔다.
이스라엘 전체 인구의 약 14%인 130만명에 달하는 하레디 가운데 남성 징집대상자는 약 6만6000여명이다. 이스라엘 대법원에서 지난해 6월 만장일치로 "병역면제가 불법이며 정부가 징집에 나서야한다"고 판결하면서 이스라엘 정부는 하레디 남성 징집대상자들을 선별해왔다.
하레디 정당들 "징병법 완화 안하면 연정 탈퇴" 압박
그러나 이스라엘 정계 내 하레디 종교정당들이 징집결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어 이스라엘 정부의 징집 계획은 난항을 겪고 있다. 이들 정당은 하레디 남성에 대한 대규모 징집을 중지하지 않으면 연정을 탈퇴하겠다고 베냐민 네타냐후 내각을 압박 중이다.
하레디 계열 종교정당인 샤스당과 토라유대주의연합(UTJ)은 성명을 통해 "의회에서 하레디 징집과 관련해 정부와 합의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의회활동에 불참하겠다"며 "연정에서 탈퇴하고 의회해산 법안에 찬성표를 던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자신들이 요구한대로 징집안이 변경되지 않으면 연정을 탈퇴해 내각을 붕괴시키겠다고 압박에 나선 것이다.
샤스당과 UTJ은 올해 5만4000명으로 계획된 하레디 징병인원을 4800명으로 제한하고, 내년 5700명, 향후 5년간 9000명으로 점진적인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해당 요구안을 두고 네타냐후 내각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병력충원 문제를 고려하면 당초 계획대로 징집을 해야하지만 샤스당과 UTJ가 연정에서 탈퇴하면 내각이 붕괴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의회에서 샤스당은 11석, UTJ는 7석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네타냐후 연정 의석은 68석으로 의회 과반 의석인 60석을 겨우 넘긴 상태다. 이들 정당이 연정에서 탈퇴하면 과반의석이 무너지면서 다시 총선을 치러야한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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