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병원 호스피스센터 폐업…중증환자 중심 전환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말기암 환자 돌봄 포기 말아야"
울산대학교병원이 호스피스병동을 전격 폐쇄하면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으로 대학병원에서 호스피스병상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울산대병원은 지난 1일 보건복지부에 권역별 호스피스센터 폐업을 통보했다. 울산대병원은 지난해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대상 기관으로 선정돼 중증질환 중심으로 병동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호스피스병상을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원은 2013년 지역 최초로 호스피스 완화의료 서비스를 시작해 2019년 복지부가 지정하는 권역별 호스피스센터로 선정되는 등 지난 십수년간 울산·경남 권역 호스피스 의료를 책임져왔다. 울산 지역 호스피스병상 62개 중 울산대병원이 10개 병상을 운영해 왔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는 전날 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는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며 "복지부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을 통해 중증환자 중심의 진료체계를 설계하면서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지 않는 말기암 환자를 중증환자에서 제외했다. 이는 곧 호스피스 병동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고 밝혔다.
학회는 "호스피스는 단순히 치료를 중단하는 곳이 아니라 긴 투병에 지친 말기 환자가 마지막까지 고통을 덜고 인간다운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필수의료' 영역"이라며 "말기암 환자에 대한 돌봄 책임을 상급종합병원이 회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상태의 말기 환자는 재택이나 요양병원, 1차 의료기관 등에서 돌봄이 가능하지만, 중증의 말기 환자에게는 마약성 진통제를 세심히 조절하고 심한 구토나 출혈, 경련 등 복합 증상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고난이도 증상 조절은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인력과 장비, 경험을 기반으로 해야 효과적이며, 특히 말기암 환자의 경우 '치료 중단에서 완화의료로의 전환'을 위해 상급종합병원 내 호스피스 병동이 필수적이다.
일례로 말기 혈액암 환자들은 호스피스 돌봄을 받는 중에도 계속 수혈을 받아야 임종 시까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데, 혈액암 환자 수혈은 고난도의 시술이어서 반드시 상급종합병원에서만 가능하다.
이에 학회는 정부가 공공성과 환자 권리 우선 정책을 통해 울산대병원 사례처럼 수익성을 이유로 호스피스병동이 폐쇄되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대균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교육이사)는 "상급종합병원이 말기 환자 통합돌봄의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평가 기준, 현재 진행 중인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에서 중증환자의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며 "모든 국민이 지역과 병원, 소득에 상관없이 호스피스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호스피스센터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입원 가능한 호스피스 전문기관과 요양병원은 총 107곳, 입원 병상 수는 1815개였다. 이 가운데 상급종합병원은 19곳, 병상 수는 265개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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