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신청, 4월까지 11곳
건설사 구조적 위기 속 생존 전략으로 부상
대형 건설사 주도…중소건설 M&A는 험난
건설업계 구조조정의 해법으로 '회생기업 인수합병(M&A)'이 떠오르고 있다. 수년간 유동성 위기를 겪은 건설사들이 잇따라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회생 절차 중인 중견·중소업체 인수를 통해 돌파구를 찾는 모양새다.
8일 삼일PwC경영연구원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 국내 건설사 11곳이 새롭게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023년 7개, 지난해 15개였던 것을 고려하면 가파른 증가세다. 특히 신동아건설(시공 능력 58위), 삼부토건(71위) 등 시공 능력 100위 이내의 중견사들까지 회생절차를 밟게 되면서 건설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최근 접수된 건설기업 회생 사건에 대해 ▲코로나19 이후 고금리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미분양 물량 증가 및 수익성 악화 등을 공통적인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수주감소, 수익성·건전성 저하, 건설사 부도 및 폐업 증가 등 건설업의 위기는 국내 건설업이 마주한 내외부적 요인뿐 아니라 구조적 요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며 "건설시장 위축, 글로벌 전반의 물가상승, 공급망 문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맞닥뜨린 고령화와 디지털화, 기후변화에 건설업이 취약하거나 대응이 더뎠다"고 분석했다.
일부 건설사들은 이 같은 상황을 신규시장 진출 및 포트폴리오 재편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대형 건설사는 M&A를 통해 단순 시공에서 벗어나 기획과 투자까지 주도하는 디벨로퍼(개발사) 중심의 사업 모델로 전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친환경에너지·데이터센터·모듈러 건축 등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2009년 이후 건설기업 회생절차에서 진행된 M&A 21건을 분석한 결과, SK그룹이 7개 건설기업을 인수해 가장 많은 인수실적을 기록했고, 세운건설이 3개로 그 뒤를 이었다.
다만 중소건설사 M&A는 회생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실제 성사되는 비율이 매우 낮았다. 현장·재무 정보가 부족하고, 비표준화된 자료가 많아 실사가 어려운 게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혔다. 프로젝트 상태·PF 구조 등에 따라 가치평가 난이도가 천차만별인 점, 현재 시장 상황상 자금조달이 제약적인 점 등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으로 지적됐다.
김화랑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원은 "회생절차 기업의 M&A는 법원의 감독 아래 진행돼 인수 주체와 거래금액, 절차 등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만, 중소 건설기업의 양·수도, 합병 거래는 정보 공개가 제한적이다"며 "정보 비공개는 중소건설업계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투명성과 효율성 확보를 가로막고, 정부가 관련 정책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M&A 활성화를 위한 정책 지원도 주문했다. 김 연구원은 "국토교통부 차원에서 전담 정보망 등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건설경기 악화로) 회생절차 및 중소 건설기업 인수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 만큼, 관련 기업 인수 및 고용 승계 시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는 지원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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