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체증형 종신보험 출시 봇물
보험금 늘어나는 만큼 보험료도 올라
보험금 지급부담 미래에 크게 전가…각종 부작용도 우려
생명보험사들이 '체증형 종신보험'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국제회계기준(IFRS17) 체제의 주요 수익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확보 차원이지만 비싼 보험료보다 고액 보험금만 강조되고 있어 소비자 유의가 필요하다.
8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전날 체증형 종신보험인 '교보밸류업종신보험(무배당)'을 출시했다. 교보생명은 계약 1년 후부터 보험료 납입기간(20년)이 도래할 때까지 사망보험금이 매년 10%씩 늘어나도록 설계했다. 예컨대 주계약 1억원짜리 가입 시 기본 사망보험금이 20년간 매년 10%씩 정률 체증해 20년 후 사망보험금은 약 6배 늘어난 6억4000만원(유지보너스 포함)이 된다.
체증형 종신보험은 사망보험금이 전 기간 동일한 평준형과 달리 가입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험금이 증가하는 상품이다. 물가가 오르는데 가입한 보장액이 그대로라면 현금 가치가 줄어드는 문제를 보완한다는 명목으로 개발됐다. 과거 저금리와 고인플레이션 시대에 유행했다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올해 체증형 종신보험 경쟁의 포문을 연 곳은 한화생명이다. 연초 한화생명은 계약 후 1년 후부터 110세까지 사망보험금이 매년 10%씩 늘어나는 '제로백H 종신보험'을 선보였다. 업계 최장 보장이다. 가령 40세에 주계약 1억원으로 계약했다면 사망보험금은 매년 1000만원씩 늘어 110세엔 8억원이 된다.
지난 5~6월엔 동양생명, iM라이프, 신한라이프, 푸본현대생명 등도 체증형 종신보험을 잇달아 출시하며 경쟁에 불을 붙였다. 이들 보험사 상품은 계약 1~5년 후 10~20년간 보험금이 20~30% 체증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일선 영업 현장에서는 이들 보험사 상품을 팔면서 상속·증여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홍보했다. 계약자의 생존 기간이 길수록 일반 종신보험보다 보장액이 커지니 계약자 사망 시 이를 세금 재원으로 활용하라는 취지다. 사망보험금의 경우 자녀가 부모의 보험료를 납부했다면 부모 사망 시 자녀가 수령하는 보험금은 비과세다.
다만 생보업계가 홍보하는 보도자료나 블로그, 광고 영상 등엔 매년 사망보험금이 올라간다는 내용만 있을 뿐 계약자의 보험료 인상에 관한 설명은 찾기 힘들었다. 체증형 종신보험은 사망보험금 증가분이 보험료에 반영되기 때문에 일반 종신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비싸다. 대체로 무·저해지 상품이라 중도 해지 시 해약환급금이 적거나 없어 큰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2021년 8월 체증형 종신보험 판매가 과열되고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커지자 소비자경보를 내렸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동일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체증형 종신보험은 일반 종신보험보다 더 큰 위험을 미래로 전가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체증형 종신보험을 많이 팔수록 현 경영진은 CSM 확보라는 단기 성과를 거두지만 미래 경영진은 막대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되는 것이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나이를 많이 먹어 생존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망 확률도 커지는데 보험금 지급액까지 늘어난다는 건 보험사엔 큰 부담"이라며 "경쟁이 과열되면 지난해 문제가 됐던 단기납 종신보험처럼 금융감독당국이 제동에 나설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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