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연강판 가격 t당 82만원
철근은 70만원선 유지
'슈퍼사이클' 재현 기대에도 공급망 불안 여전
하반기 중국의 조강(가공되지 않은 강철) 감산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철강재 유통 가격은 제자리걸음을 거듭하고 있다. 과거 '슈퍼사이클' 재현 기대와 함께 감산이 글로벌 공급망에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병존하면서, 업계는 낙관보다 '신중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기준 국내산 열연강판 가격은 t당 82만원 수준으로 연초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철근 가격 역시 t당 70만원 선으로 1월 70만원에서 5월 75만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하락했다. 중국산이 포함된 수입산 가격도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수입 열연강판은 1월 76만원(t당)에서 이달 71만원으로, 수입 철근은 69만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산 세계 유통 가격도 여전히 12%의 등락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앞서 중국의 조강 생산량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하면서, 중국 정부의 공급 조절 가능성이 고개를 들었다. 지난 5월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약 8655만t으로, 전년 동월(9298만t) 대비 약 7% 감소했다. 1~5월 누적 기준으로도 4억3163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줄었다. 중국 내 수요 둔화에 더해 정부의 철강 산업 구조조정 정책과 지방정부의 환경 규제가 맞물리며 생산량 저하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이 중국산 철강재에 대해 반덤핑 관세, 수입 규제 등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해 이 같은 흐름에 속도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철강사들은 중국발 감산 가능성을 낙관하기보다는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 2021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조에 따른 중국의 감산이 철강 가격 급등을 초래한 '슈퍼사이클'을 경험한 바 있지만, 감산이 오히려 공급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내수 부진과 고로 설비 과잉이라는 구조적 문제 속에서 여전히 초과 생산된 철강재를 글로벌 시장에 저가로 공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감산이 현실화하면 단순한 수급 조절을 넘어 전 세계적인 공급 차질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도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고로를 과잉 투자한 구조에서 감산이 현실화하면, 이를 대체할 생산국이 마땅치 않다"며 "한국, 일본, 미국, 유럽 등은 이미 생산 능력이 제한돼 있어 중국이 줄이면 글로벌 공급 부족 사태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찍지 말라고 해도 찍는 나라지만, 실제 감산이 이뤄지면 시장이 나아질 거라는 기대도 조금씩 생기고 있다"며 "이번에도 시황 반등의 계기가 될지, 또 다른 불안의 시작이 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또한 반덤핑(AD) 제소 확대 여부에도 주목하고 있다. 현재 후판은 고율 예비판정을 통해 사실상 수입이 차단된 상태며, 열연강판은 예비판정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금강판 역시 제소 절차가 논의 중이다. 중국의 감산에 반덤핑 조치까지 더해지면, 중국산 철강재 유입이 줄어들고 내수 가격 압박도 완화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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